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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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Nippon Steel)이 18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미국 철강(US Steel) 전면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6월 18일 발표된 거래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황금주(golden share)'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성사됐다. 황금주는 미국 정부가 전략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으로, 철강 산업의 핵심 기업인 미국 철강의 경영에 일정 수준의 통제를 유지하려는 장치다.

이번 인수로 인해 미국 정부는 독립 이사를 임명할 수 있으며, 생산설비의 폐쇄나 해외 이전, 본사 이전, 미래 인수 등에 대한 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 백악관은 해당 조건이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이라며, 일본과의 역사적인 거래임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또한 이번 합병이 양국 간 투자 환경 개선과 관계 강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제철 최고경영자 하시모토 에이지는 6월 19일 도쿄 기자회견에서 “황금주는 회사의 발전 목표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충분한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와의 국가안보협정에 따라 2028년까지 최대 110억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고급 특수강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의 저가 철강 수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로 일본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기존 4,364만 톤에서 5,782만 톤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는 세계 4위의 철강 제조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다. 중국의 대표적 철강기업 안산강철과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한편, 이번 거래는 지난해 12월 처음 발표된 후 미국 내 반발과 정치적 변수로 인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인수 진행에 제동을 걸었으며, 트럼프 역시 당시 대선 기간 동안 인수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가 고율 대등 관세를 발표하면서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돌입했고, 같은 달 9일에는 해당 조치를 90일 유예하며 일본과의 실질적 대화를 재개했다. 일본제철은 이 시기를 이용해 백악관과의 협상에서 1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트럼프 측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5월 말에는 트럼프가 미국 철강 공장에서 두 기업 간 협력을 환영한다는 공식 발언까지 하며, 인수 절차에 사실상 최종 승인 의사를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번 거래를 일본제철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 계획이 결정적 역할을 한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 간 정치와 산업 전략이 맞물린 이번 인수는 미일 간 경제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글로벌 철강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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