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 성장 전망 하향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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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한 상호 관세 정책이 동남아시아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요 경제국들이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며, 지역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국가통계국이 4월 6일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93%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7.55%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로, 관세 발표 이후 기업들의 투자 지연과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미국의 46% 관세가 발효되진 않았지만, 베트남은 이미 심리적 타격을 입고 있다.

제조업 수출과 외국인 직접 투자가 경제 성장의 주축인 베트남에게 미국의 관세 정책은 뼈아픈 도전이다. 경제 분석기관 BMI의 고위 연구원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의 성장 모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올해 GDP가 최대 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팜 민 찐 총리는 올해 8% 성장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통계청은 이를 위해 남은 3개 분기 동안 8.2~8.4%의 성장률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베트남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GDP는 약 0.8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응우옌 푸 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0%로 인하할 용의를 밝혔으며, 오는 9일부터 발효 예정이던 관세 조치를 최소 45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양국은 조만간 만나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말레이시아 역시 미국의 관세로 인한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날 내각 특별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투자무역산업부는 이번 주 관세의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24%의 관세를 부과받을 예정으로,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 목표인 4.5~5.5% 달성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금융기관은 이미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대화은행은 말레이시아의 2025년 GDP 성장 전망을 기존 4.7%에서 4%로 낮췄고, 말라야은행은 4.9%에서 4.3%로 수정했다.

안와르 총리는 이날 베트남 총리와 통화해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을 논의했으며, 그날 밤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와의 회담에서도 미국 관세의 역내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모두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는 고려하지 않고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32%의 관세 위협에 직면해 있다.

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36% 대등 관세 부과 방침에 따라, 태국은 전자 제품, 가공 식품, 농산물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페통탄 총리는 재무장관 비차이를 중심으로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전담팀을 구성해 민간 기업, 미국 정부 및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태국이 단순한 수출국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역내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외교적 해법을 통해 자국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관세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동남아 전체의 성장 동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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