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글로벌 투자 기업 블랙록(BlackRock)이 이끄는 투자 그룹이 190억 달러를 투자해 파나마 운하 항구의 운영권을 확보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프랑스 경제 전문 매체 레제코(Les Échos)가 4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투자로 인해 월스트리트의 투자 펀드와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홍콩 창장허지 실업유한공사(長江和記實業有限公司, CK Hutchison Holdings)가 운영하는 발보아(Balboa)와 크리스토발(Cristóbal) 항구의 90%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 두 항구는 파나마 운하의 양측에 위치해 있으며, 국제 무역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된다. CK 허지 항구 홀딩스는 두 항구의 총 가치를 228억 달러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블랙록은 CK 허지의 또 다른 기업 지분 80%를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CK 허지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43개 항구를 운영하며, 199개의 부두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번 거래에 중국 본토 항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는 블랙록을 비롯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 GIP)와 스위스 부두 투자 유한회사(Swiss Terminal Investment Limited)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성사되었다. 특히, GIP는 지난해 블랙록이 인수한 인프라 펀드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본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장허지 공동총경리인 루파란(陸法兰记)은 이번 거래에 대해 "빠르고 비밀스럽지만 경쟁적인 협상이 이루어졌으며, 많은 견적과 의향이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파나마 항구 관련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CK 허지는 이번 매각을 통해 19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반색했다. 그는 재임 시절부터 파나마 운하의 미국 통제권 상실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으며, 파나마가 중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의 요금이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하며, 미국 선박에 대한 요금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블랙록 주도의 인수로 미국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금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거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경제 및 인프라 경쟁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향후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역학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