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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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선진국들이 경제 및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DAX 지수와 영국 FTSE100 지수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방위산업 및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 자동차와 사치품주를 대체하며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독일 DAX 지수는 2024년 말 이후 5% 이상 상승했으며, 영국 FTSE100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경제는 여전히 악화된 상황이다. 미국 S&P 글로벌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년 반 이상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독일은 2월 연방 총선의 조기 실시를 계획 중이며, 프랑스는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내각 불신임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는 실물 경제와 주가 간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다.

방위산업, 재생 에너지, 항공 관련 주식이 주식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DAX 지수를 구성하는 40개 주식 중 풍력 발전 설비를 생산하는 지멘스 에너지 회사의 주식이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EU의 재생 에너지 보조금 정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방산주도 크게 상승했다. 독일의 라인메탈 주가는 2023년 말 대비 2.4배 상승했으며, MTU 항공 엔진 회사는 70% 상승했다. 영국의 항공 엔진 대기업 롤스 로이스 등 항공 및 국방 관련 주식도 동반 상승했다.

자동차 및 사치품 관련 주식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의 포르쉐와 BMW는 2023년 말 대비 각각 23%, 21% 하락했다. 프랑스의 카이윈 그룹과 루이비통도 아시아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저조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 더 의존적인 기업들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대기업 SAP와 지멘스는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멘스는 미국에서 약 30%의 매출을 올리며 데이터 센터 기반 사업에서 호조를 보였다.

중견기업 위주의 MDAX 지수는 독일 경제 상황을 반영하며 2023년 말 대비 4% 하락했다. 이는 경기 침체가 여전히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DAX 지수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로 최근 5년 평균치(12배)를 넘어섰으며, FTSE1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도 11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현재의 속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슌자산운용의 기노시타 도모오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현재의 상승세는 과매도 상태를 수정한 결과로 보인다"며 "미국 주식에서 자금이 유럽으로 이동한 측면이 있지만, 지속적인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증시가 경제적 펀더멘털과 괴리를 보이며 상승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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