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자에 5가지 안 제시
원금 164억달러서 116억달러로 탕감

한때 중국 내에서 매출 1위를 달리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해외 부채를 48억 달러(원화 약 7조원) 줄이고 만기도 최대 11.5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비구이위안은 이를 통해 청산 위기에서 탈출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채권자들과 최종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1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전날 오후 164억달러(원화 약 24조원) 규모의 해외 부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7개 은행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와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2017~2022년까지 6년간 부동산 업계 매출액 1위를 달렸지만, 2023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때 총 147억 위안(원화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채권 9개의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 채권에 대해선 채권자들과 1년 이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비구이위안은 해외 채권자에게 5가지 선택권을 제시했다.
먼저 현금 환매(현금으로 주식 매매)를 택할 경우 원금의 최소 90%가 삭감된다. 강제전환사채(주식 전환 의무화 채권)를 선택하면 최종 만기일이 3.5년 연장된다.
채권 롤오버(만기 연장)와 부분 지분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의 경우 출자율은 원금의 최대 67%까지 가능하다.
이 외에 채권 롤오버와 원금 35% 삭감을 선택하고 만기를 9.5년 늦추는 방법, 원금 감면 없이 채권 롤오버만 실시해 만기를 11.5년 연장하는 방법 등 총 5가지 안을 제시했다.
비구이위안은 이러한 방안이 성공하면 해외 부채를 164억 달러에서 116억 달러(원화 약 16조 9,000억 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평균 차입 비용 역시 연 6%에서 2%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비구이위안은 2025년을 ‘대차대조표 회복’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자구책 마련, 수익원 확충 및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판매 촉진, 자산 활성화 등 전반적 선순환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월 14일에는 그동안 미뤄왔던 2023년 사업 보고서와 2024년 반기 보고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해외 부채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비구이위안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2023년 불거진 디폴트 위기 이후 재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일부 채권은 두세차례씩 만기를 연장했고, 이 과정에서 해외 채권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2024년 2월에는 채권자 중 한 곳인 부동산 투자기업 킹보드 홀딩스(에버 크레딧)가 홍콩 고등법원에 비구이위안에 대한 청산 신청을 제출했지만 비구이위안의 거부로 청산 청문회는 1월 20일로 연기된 상태다.
다만 비구이위안이 청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에 발표된 해외 부채 구조조정 방안이 승인될지는 알 수 없다.
이번 발표는 7개 은행으로 구성된 조정위와 합의한 것으로, 추가 협상을 위한 뼈대이자 기초라고 차이신은 분석했다.
이들 7개 은행은 비구이위안에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같은 조건으로 내주는 중장기 대출) 17억 달러를 내준 곳이다.
비구이위안이 지고 있는 전체 해외 부채 중 10% 비중에 불과하다.
해외 부채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를 이뤄낸다 해도, 비구이위안이 남은 빚을 감당할 수 있을지 문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회사의 지난해 계약 매출은 1년 전보다 73% 감소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했다.
비구이위안은 3,000개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고, 판매 가능한 주택 계약 면적은 9,000만㎡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와 부양책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매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만기만 연장했던 국내 채권과 달리 해외 채권에 대해서는 원금 삭감, 주식 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를 넣은 것은 비구이위안의 위기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부동산 회사들은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계획으로 만기 연장에 맞춰 부채 재조정을 단행해 왔지만 시장 판매가 악화하면서 만기 연장만으로는 부채 압력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
관련기사
- 무디스, 중국 부동산기업 완커에 ‘투자부적격’ Ba1로 등급 강등
- [기고] 중국 "중즈그룹(中植集团)" 부도의 배경과 영향
- [비전 인사이트] 중국이 성장 끝났으면 한국,일본, 미국은?
- 베트남 부동산 시장, 외국인 직접 투자로 활기
- 베트남, 외국인 직접 투자 지속 증가… 전년 대비 7.1% 상승
- 베트남, 2024년 외국인직접투자(FDI) 272억6000만 달러 유치… 전년 대비 1.9% 증가
- [기고] 중국, 내수경기 회복을 중시하는 이유
- 중국의 경제 성장 저해 "3대 리스크"
- 中 추가 부양책 카드 커내드나
- 美 연준 '빅컷', 중국 대응 방식에 관심 모아져
- [중국망] 주식 이슈 종목 (2022년 7월 6일)
- [중국망] 주식 종목 (2022년 6월 8일)
- 中 부동산 5위업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세계경제 연새효과 우려’
- 중국 부동산 위기 말레이시아까지 퍼져 ‘비구이위안 1,000억 달러 포레스트 시티도 영향’
- 비구이위안 청산심리 5월로 재연기 ‘2월 채무 조정 합의 예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