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증시에서 일본 닛케이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명성글로벌지수를 구성하는 일본 주식 수가 5년 전 324개에서 현재 191개로 40%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의 강세와 엔화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지수 내 일본 주식의 비중 축소는 장기적으로 일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명성글로벌지수는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3개월마다 성분주를 재조정한다. 최근 1년간 일본 종목은 34개나 줄어들었는데, 마쓰다와 샤프 등은 상장폐지되었고 도시바 역시 주식 시장에서 사라졌다. 반면, 새롭게 편입된 일본 종목은 4개에 불과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주식의 비중 하락에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부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테크놀로지 빅7’ 기업들이 명성지수 내 비중을 확대하면서 전체 종목 수가 줄어든 가운데 일본 종목들은 경쟁력을 잃고 밀려나고 있다. 또한 엔화 약세로 달러 환산 기준 일본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예를 들어, 닛산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2019년 7%에서 최근 5%대로 하락했다.
명성지수에서 제외된 종목들은 단기적으로 수급 악화로 인한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다이와증권의 하시모토 준이치 수석 분석가는 명성지수를 기반으로 투자 전략을 짜는 펀드가 운용하는 일본 주식 가치가 약 30조 엔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지수에서 제외된 롬은 단기간에 300억 엔 가까이 매도되었으며, 지수 제외 후 평균 주가 하락률은 2.1%를 기록했다.
반면 지수 내에 남아 있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2021년 명성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시가총액 상승률은 평균 46%에 달했지만, 퇴출된 기업은 25% 증가에 그쳤다. 이는 장기적으로 명성지수 편입이 기업 주가와 투자자 신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명성지수에 재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산리갈매기는 대표 캐릭터인 헬로키티 라이선스를 통해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확장하며 주가가 연초 대비 2.3배 상승했다. 스미토모 임업은 미국 단독 주택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며 올해 해외 사업이 전체 경상이익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수산은 북미 시장에서 견조한 매출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의 니와 히로시 선임 펀드매니저는 “경영진이 변혁 의식과 위기감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반을 다진 기업들이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명성글로벌지수 성분주 조정 결과는 2025년 2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하시모토 분석가는 기업 시가총액이 약 1조4000억 엔에 도달해야 지수 재편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신규 편입되는 일본 종목이 거의 없고, 10개 이상의 종목이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미쓰이화학과 히타치건기가 퇴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 사업 확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필수적이다. 변화에 대응하고 성장의 활로를 찾는 기업들만이 글로벌 증시에서 다시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