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전체의 전망치 상향 조정은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
자동차 업계가 선도적인 역할
'완성차·부품' 업종의 순이익은 전체 제조업의 40% 차지
엔화 약세도 일부 사업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커버
장기적으로 실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

일본의 제조업 순이익이 15년 만에 비제조업에 역주행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2023 회계연도 상반기(2023년 4~9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1조6425억 엔(약 101조 7135억 원)으로 非제조업보다 많았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기간 제조업 순이익이 비제조업을 앞질렀다.
엔화 약세와 공급환경 개선에 따른 생산능력 회복이 제조업 이익 상승을 뒷받침했다.다만 세계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당분간 수익 증가 속도가 지속 될 지가 관심사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7일까지 도쿄 증시 주요 시장에 상장한 반기 보고서를 공개한 기업 1074개 사를 집계한 결과 전체 순이익은 10% 증가한 23조 2077억 엔(202조 7517억 원)으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제조업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소프트뱅크그룹의 적자 증가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놓고 제조업 전체의 전망치 상향 조정은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자동차 업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도요타 자동차는 환율 상승에 힘입어 26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매출 성장과 가격 인상 등 경영 상의 노력으로 총 이익은 1조2900억엔 증가했다. '완성차·부품' 업종의 순이익은 두 배로 늘어난 4조 2000억엔으로 전체 제조업의 40% 가까이를 차지했다.
제품 가격 인상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고마쓰의 건설기계 부문의 제품 가격 인상은 688억 엔의 이익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 일본 식품 업체 모리나가 제과 오타 에이지로 사장의 말에 따르면 이 회사도 "재료 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격 조정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태평양시멘트는 가격 인상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
2023 회계연도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제조업 순이익 인상 액은 2조 6000억엔으로 1년 전보다 80% 증가해 2020년 같은 기간의 인상 액을 넘어 2007년 이후 최대다.여기에 달러 당 150엔의 환율까지 더해지면서 7대 자동차 회사는 2023 회계연도의 이익 전망치를 전면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도 일부 사업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다.7대 자동차업체들은 엔저 효과를 빼고 모두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마츠의 순이익 전망은 높였지만 주요 건설기계의 수요 전망은 하향 조정했다.무라타제작소도 엔저 배당금을 제외할 경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높은 원자재 가격 등이 영향을 미쳤다.특히 전자부품 업계는 반도체 관련 설비 투자 둔화로 오므론이 큰 폭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실적이 부진한 미쓰이화학의 나카지마 가즈키 최고재무책임자는 아시아 전역에서 수요가 악화되고 있다.
엔저 배당금이 2024 회계연도 종료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당분간 이런 증시 부양 국면이 유지될지는 변수다.
시장에서는 미쓰이 이쿠오 란쩌증권 펀드매니저를 비롯해 "원가 구조 재평가를 포함해 실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