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력이 경제성장률이 크게 작용
현재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
3분기 가계 빚, 1999년 추적이 가능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될 수 있느냐가 경기 흐름 좌우
소비 둔화세가 심해지면 연준도 통화긴축 정책 조정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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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개인 소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로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자동차 대출 상환 연체도 늘고 있어 은행들은 신용공여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될 수 있느냐가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증가 속도나 둔화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2023년 3분기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4.9%로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소비 증가폭이 4%에 달했기 때문이다.

가계의 활발한 소비는 임금 상승과 저축 감소 외에도 신용카드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차입 소비로 뒷받침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7일 발표한 분기별 가계 빚 조사에 따르면 3분기 미국의 전체 신용카드 빚은 1조79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0억 달러 증가해 1999년 추적이 가능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빚 급증뿐 아니라 연체대출 연체율도 눈에 띈다. 카드빚 총액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8%를 넘어 1년 전보다 2.8%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더 심한 경우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5.8%로 최근 12년 사이 가장 높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연령별로는 30~39세의 심각한 연체율이 급증했다. 이 은행의 가계 빚 조사에서도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있는데 코로나19 때 특례로 학자금 대출이 2020년 3월부터 3년 반 동안 유예됐다가 10월부터는 빚을 갚아야 해 파장이 주목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자동차 대출과 학자금 대출을 모두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 신용카드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신용카드 연체율이 10%를 크게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다.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대형 카드사 디스커버리파이낸셜서비스의 존 그린 최고재무책임자는 "연체와 대손충당금은 2024년 하반기에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의 소비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월 중순 발표한 지역 연방준비은행 경제보고서에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관할구역 관계자는 "가계경제가 생필품 가격 인상 압력에 직면하면서 많은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타겟백화점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도 "일반 소비재뿐 아니라 식품 구매까지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소비가 예상치 못한 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보조금 등으로 인한 '과잉저축'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실질소득이 늘어난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중·저소득층의 저축이 먼저 바닥나고 식료품, 휘발유 등 필수품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커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

앞으로 초점은 소득이 더 높은 사람들이 소비를 멈출지 여부라고 신문은 전했다.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것도 고학력 고소득층에게는 부담이다.

은행들은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가계 신용공여를 자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일 발표한 은행 대출 책임자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에 대한 대출 기준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개인소비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고용과 소득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차입소비의 지속성도 의문이다.

미국 전국소매상연합회는 2일 미국의 연말 상업전 매출 전망치가 전년 대비 3~4% 증가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비 둔화세가 심해지면 연준도 통화긴축 정책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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