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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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부상을 딛고 배드민턴 단체전과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던 한국 배드민턴 여자 간판 스타가 된 안세영(21) 선수의 최근 공개적인 멘트다. 

이미 안 선수는 지난 8월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선 이후 무릎 통증을 이겨내며 아시안 게임에서 또 다른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어머니의 "기권해도 돼”라는 외침에도 고통을 딛고 일어나 승리를 일궈내며 우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 대회 이후 밀려 들어온 각종 광고와 방송 출연, 인터뷰 요청을 안 선수는 정중히 고사했다. 그저 운동선수로서 본업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야말로 선수 생활 초년 시절의 자세를  유지하고 평정심을 갖고 들뜨지 않는 초심불망(初心不忘)의 정신 자세를 보인 것이다. 처지가 바뀌었지만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각오를 단적으로 나타냈다. 

선수가 유명해지면 많은 방송 출연, 인터뷰, 광고 요청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평범한 운동선수 안세영으로 남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이  아니다"는 자세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앞으로 도달해야 할 더 큰 목표가 있기에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가겠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오로지 더 강해진 모습으로 계속해서  실력으로 코트에서 보여주겠다는 각오이다. 

안 선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진정으로 고수이다.  정상에 올랐는데도 본인 나름대로 원칙과 평정심을 지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유명 선수가 되어 지속적으로 경기력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체육관(훈련장)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에는  자제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하지만 더 큰  꿈(도전)을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아야 할,   치러야 할  소요 비용인 셈이다.

편안함과 안일함은 패배를 불러오지만,  훈련장을 지키는 것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 준다. 선수는 상시 긴장감과 성실함과 만나는 외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맛보게 되는 법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성실한 자제력과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지구력과 순발력,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해 얻은 금자탑은 우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훈련장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면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정상을 차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 

사실 유명 선수가 되자마자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 쇄도에 시간을 내다 보면 정신 집중과 훈련에 금(누수 현상)이 가게 마련이다. 이른바 부수적인 것,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되는 꼴이 되기 쉽다. 

그야말로 '수주탄작(隨珠彈雀)'의 '패착'을 두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수주를 가지고 하늘 높이 나는 참새를 쏘는 일에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모두 그를 비웃을 것이다. 왜냐하면 귀중한 것을  하찮은 것을 얻으려 하는 데에 쓰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세계 정상의 금자탑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하지만 정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다 보면 선수의 명성은 자연히  높아지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몸 값)와 품격을 본인이 스스로 높이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려는 것이다.  

인생살이에도 하수와 고수가 있다. 그 차이는 아주 사소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나타낸다. 하수는 한 치 앞을 잘 못 보거나 눈앞의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고수는 멀리 볼  줄 안다.  안세영 선수는 진정 고수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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