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돌궐 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적혀있는 경고문이다. 이와 같은 노마드(Nomad) 정신은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 통치 사상에 잘 반영되었다.
이러한 각도에서 최근 몽골 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부강한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야심에 찬 프로젝트가 가동 되고 있는 것이다.
S. Byambatsog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이 새로운 부흥 정책에 포함된 입체적인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와 이와 관련된 '전략적인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다.
몽골 정부는 향후 국경·항만과 철도, 포장 도로를 연결하는 문제에 획기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교통·물류 경쟁력을 대폭 향상 시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몽골이 비상을 위한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하다.
객관적인 수치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2023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물류 지수(Logistic Index)에서 몽골은 무려 30단계 상승한 97위를 기록했다. 2023년 1~9월까지 항공을 이용한 승객은 총 13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국제선 승객은 137%, 국내선 승객은 27% 증가했다.
연간 1000만 톤의 석탄 환적을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 운송 터미널, Gashuunsukhait 항구가 가동되었다.
또한 무인 자동 제어 기능을 갖춘 AGV 운송이 항구에 도입되어 하루 80개 이상의 화물 컨테이너가 수출된다.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물류비가 8배 이상 줄었다.
현재 몽골은 세계 42개국과 항공관계협정을 체결했다. 세계 115개 지점으로의 직항 노선에 대한 법적 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까지 카타르 및 그리스와의 항공 연결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을 이미 체결하였다.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몽골 총리의 미국 방문 중 OPEN SKY 협약 체결은 마치 화룡점정( 중요한 일의 마지막 마무리)같은 쾌거이다.
이로써 20년 동안 논의됐던 몽골의 미국 직항 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 따라서 직항 항공편의 경우 티켓 가격이 현재 가격보다 2 배 낮아진 1000-1500 달러로 비행 시간이 10-12 시간으로 단축된다. 당장 내년 상반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직항편을 시작으로 이후 가능한 모든 미국 주요 도시로 확대 운항할 계획이다. 향후 미·몽 관계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까운 장래에 중동과 유럽을 겨냥해서 쿠웨이트, 헝가리, 영국, 스페인, 라트비아와 항공 및 통신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몽골을 중심으로 좌·우측의 날개를 펼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사소하게 보이는 듯한 날개 짓은 이제 나비 효과로 이어질 날이 멀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몽골은 처해 있는 현실을 디디고 일어서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도전에 제대로 응전 하지 못하는 문명은 쇠락한다. 18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가 역경을 극복해가며 이룩한 문명의 역사는 도전(challenge)과 응전(response)의 연속이다."라고 서술 했다.
칭기즈칸의 제국 건설 역시 과감한 도전과 엄청난 응전을 이겨낸 산물이다. 그래서 노마드(Nomad: 유목민의 행태) 정신을 구현한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일생 동안 한 곳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키우며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부단히 찾아 나섰다. 단순히 공간적인 이동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변혁을 추구하였다. 이른바 칭기즈칸의 노마드 정신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도전 행위를 지향함을 뜻한다.
이와 관련 몽골 정부 물류 경쟁력 강화는 교역과 투자를 증진 시킬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마련하려는 비책이다. 현재 처해진 한계 점(상황)에도 전혀 주눅 들기보다 의기양양하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계획대로 실천을 아끼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칭기즈칸은 "끊임없이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다양성, 가변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과 열정으로 실천할 때만 더 나은 세상이 열린 다는 것이다. 이러한 칭기즈칸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몽골 정부의 야심 찬 날개 짓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