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
9개 반도체 제조업체의 총 재고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
전기차 보급으로 2025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2년 대비 약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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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비투자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세계 10개 반도체 대기업의 2023회계연도 투자액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1220억 달러(한화 약 163조 2848억 원)로 4년 만에 증가에서 감소할 전망이다.

성장 전망에 착안한 정부 주도형 투자 공장 건설 붐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부 국가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신중해지고 있다.

현재 당장 반도체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대만 일본의 반도체 대기업 10곳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이 10년 만에 가장 컸다.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다.

데이터센터와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14% 감소했다.

합작공장을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과 아톰사를 합치면 인텔, TSMC, 게코, 마이크론, SK하이닉스를 합쳐 6개 기업이 투자를 줄였다.

설비투자 분야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최근 몇 년간 과학기술 패권 다툼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아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투자수요를 조기에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2022 회계연도에 10개 주요 공장의 총 투자액은 기록적인 1461억 달러에 달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선임컨설팅 디렉터는 "10나노와 14나노 공정 칩은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말 현재 9개 제조업체의 총 재고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889억 달러로 반도체 부족이 심각하기 전인 2020년에 비해 70% 증가했다.

마이크론은 재고 과잉을 경계해 2024 회계연도에 30% 감산하고 설비투자도 40% 삭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감산 폭을 5~10%포인트 확대하고 투자는 전년보다 50% 이상 줄일 계획이다.

일부 국가 경기 둔화는 반도체 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의 2023회계연도 투자액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이다.

이 회사 패트릭 게르싱어 최고경영자(CEO)는 7월 재무보고 설명회에서 인텔 PC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국가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공장 관련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장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코로나19로 수요가 몰렸던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여름부터 공급 과잉으로 돌아서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과 낸드칩의 8월 호가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다치이시 소이치로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연구원은 "기업들의 감산 폭이 아직 크지 않아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수요가 살아나고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내년이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의 공장 건설 붐도 기술자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

미국반도체공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업계의 기술 인력 부족은 6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이미 기술인력 부족으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 시기를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이 회사의 2023회계연도 설비투자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맥킨지는 203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달러로 2021년 약 6000억 달러에서 7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전기차와 인공지능 분야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될 것이다.

옴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0%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보급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5년 830억 달러로 2022년 대비 약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스타티스타리서치에 따르면 AI 반도체 수요는 2025년 2022년 3배, 2030년에는 13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시바 유이치 보스턴컨설팅 일본지사 파트너에 따르면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각국 민관이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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