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인의 사망비율 중 콜레스테롤이 주 원인으로 알려진 동맥경화와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이 부동(不動)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고 콜레스테롤증 환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반갑잖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미국의 총 인구는 3억 2400만 명에 달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숫자는 1300만 명에서 지금은 3600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 수위에 근접함으로써 잠재적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도 5200만 명에서 6500만 명으로 늘었다는 통계입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그냥 통계자료일 뿐,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숫자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민들의 30% 이상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잠재적 환자군에 속한다는 사실은 무서운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미국인들의 육류 섭취량은 일본인들의 평균 육류 섭취량에 비해 약 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고 콜레스테롤증을 가진 사람들의 수치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 필자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즉 지방덩어리인 육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고 콜레스테롤증을 가진 환자들의 숫자가 비례해서 많아진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섬 북동쪽 해상에는 우리나라 여의도 면적의 2배 정도에다 인구가 10,0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인 나우루공화국이 있습니다.

이 섬에는 바닷새들이 수백 만년 동안 배설한 분변(糞便)들이 쌓여 인광석(燐鑛石)으로 변한 채 섬 전체에 매장되어 있었습니다.

비료를 제조하는데 꼭 필요한 인광석은 한 때 석유보다 더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했던 귀한 자원이었습니다.

선진국의 진입 조건이라고까지 알려졌던 국민소득 3만 불을 그들은 이미 1980년도에 달성했고 가정마다에는 고급승용차를 2~3대 씩 보유할 정도로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걸어서 돌아도 섬 전체를 3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굳이 자동차를 이용했습니다.

그래도 돈이 남아돌자 그들은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최고 등급의 소고기와 양고기 등 기름진 육류들을 마구 수입하여 먹어대었습니다.

끝없이 생산될 것 같았던 인광석은 2003년을 깃점으로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내었고 이와 동시에 나우루공화국의 국민소득은 2000불 이하로 곤두박질 치게 됩니다.

지구 상의 최빈국 신세로 전락한 것입니다.

더 험한 상황은 그들이 인광석을 채취하느라 국토의 대부분을 파헤쳐버림으로써 지금은 농사를 지을 땅도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현재 호주 등지의 목장에서 털을 깎는 용도로 기르다가 폐기하기 직전의 늙은 양을 싼 값에 수입해서 주식으로 삼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기름덩어리 늙은 양을 주식으로 삼다보니 국민들의 대부분이 고 콜레스테롤증이 원인이 된 당뇨병이나 비만,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돈이 없으니 치료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병을 안고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식생활의 패턴이 급격하게 서구화되는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도 태평양 건너 미국이나 나우루공화국의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할 처지가 못 된다는 판단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정크푸드로 알려진 삼겹살을 전 세계에서 싹쓸이로 수입하여 국민들의 배를 채우는 것은 비난만 할 일이 아니겠지만 문제는 인구의 감소로 환자를 돌볼 인력마저 터무니없이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동물성 지방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먹어치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惹起)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미국이나 나우루공화국의 예에서 보듯 동물성 지방은 섭취 후에 일정 기한이 지나면 섭취량에 비례해서 반드시 문제를 발생시키는 까닭입니다.

비만증을 가진 청소년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이런 식습관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안전을 보살펴야 할 정부에서는 한우와 한돈 농가의 눈치를 보느라 다량의 육류 섭취가 끼치는 폐해에 대해 국민들에게 계도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속담이긴 하지만 우리의 상황과 비슷해서 옮겨봅니다.

"젊은 시절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았다가 늙은 후에 병을 얻어 번 돈을 병 고치는데 다 쓰고 죽는다"

이 말이 틀렸다고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요?

필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는 것이 진리일진대 몸에 해로운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지 못할 바에는 섭취한 지방을 분해시키는 식품이라도 동시에 섭취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켜 나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유튜브 "배대열의 세상만사" 대표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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