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는 우리에게 우주강국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디딤돌을 제공해 주었다. 우리 모든 국민은 환희와 흥분을 쏟아냈다. 비록 인공위성을 목표궤도인 지상 700㎞에 안착시키는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세계 7대 우주강국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섰다.
세계적인 우주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의 성공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리호는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해 12년에 걸쳐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이루어진 첫 번째 위성 발사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린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누리호가 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면 7번째 국제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과거 기술도입 방식에서 자체 기술 개발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쾌거를 이룩한 성과이다.
이에 정부도 '미완의 성공'이라며 훗날을 기약하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산봉우리는 하나뿐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 아마 우주 기술도 투자 대비 경제성과 효율성을 최적화 시켜 완성도를 높이는 다양한 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발사를 통해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발견하여 보완한다면 명실상부한 우주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만일 그대가 “이제 충분하다. 나는 완전함에 도달했다”고 말한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불완전성을 알게 만드는 것이 완전함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족함이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되면 성공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잠시 멈추고 실패의 원인과 과거 선진 우주강국들의 궤적을 잘 연구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분명 실패의 원인은 1%의 부족과 문제점 일 것이다. 결국 1%의 디테일을 바꾸면 분명 완성된다는 신념을 가지면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천재성 모방’을 강조했다. 사실 그의 천재성은 끊임없는 창조적 모방에서 나왔다. 기존 유명화가들의 화폭에 담은 의미와 숨어있는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분석위에 자기만의 독창적인 개성과 특성을 지닌 작품을 구사하였다. 단순한 카피(복제품)가 아니라 통섭의 노력을 통한 자기만의 작품을 구사한 것이다.
위성 발사체 기술은 군사기술과 직결되는 첨단 기술이기에 선진국의 견제가 매우 심한 영역이다. 하지만 과거 선진국들의 성공 과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가 얻고자 하는 목표(target)에 부합된 장점을 가진 기술력만을 취해서 다시 우리의 것으로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는 많은 시행착오와 투입되는 노력과 개발비용을 대폭 절감하게 한다.
중국의 텐센트와 샤오미가 바로 이런 길을 걸었다. 일거에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최고단계에 이르는 왕도(royal road)를 선택한 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의외의 것’을 가미한 것이다. 우수한 면은 모방하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독창적인 요소를 현실에 맞춘 것이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우주강국 대열에 다가서는 마지막 고비에 와 있다. 텐센트 창업자이자 CEO 마화텅은 “우리의 성공비결은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 창의적 모방전략을 구사하라는 의미이다. 물론 첨단 위성 발사 기술과 대중성을 띄는 상업용 기술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최고와 최적의 성공 사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뜻밖의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말이 있다. 적벽대전에서 유비에게 패한 조조가 퇴각하던 중 부하들이 “길이 좁은 데다 새벽 비에 패인 진흙 구덩이에 말굽이 빠져 갈 수가 없다.”라고 부정적인 대답을 토로했다. 이에 조조는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라며 호통을 쳤다.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어떻게든지 해결책을 찾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2000년대 초 일본 역시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에서 네 차례 연속 실패했다. 국가차원에서 민관 총력전을 기울인 끝에 결국 우주강국 대열에 진입했다. 우리도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서 완벽한 성공을 기대해 본다.
어느 국가에서든지 항공 우주산업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다국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운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이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넘어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래에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 되기 때문이다.
꿈의 실현은 이룩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분명 뜻(意志)이 있는 곳에 길(方策)이 있는 법이다.
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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