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냘픈 가지에 곱디 고운 연보라색 고깔 쓰고 방긋이 웃는 아이를 경기도 동두천 왕방산, 하남시 남한산성과 서울 북한산에서 만났다. 물봉선이다.
‘물봉선’이라는 이름은 꽃이 봉선화를 닮고 물이 많은 곳에서 사는 특성에서 붙여졌다. 영명은 Impatiens, 다른 이름으로 물봉숭아, 불봉숭, 야봉선 등이 있다.
봉선화(鳳仙花)는 한자식 이름으로 머리와 날개 꼬리, 발이 우뚝 서 있어 봉황이 펄럭이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봉선화라 한다. “울 밑에선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되는 봉선화라는 가곡이 일제 강점기에 국민의 심금을 울렸고, 근래에 ‘봉선화 연정’이라는 가요가 국민에 애창되기도 하는 등 우리 정서를 자극하는 꽃이다.
봉선화과 물봉선속 한해살이풀로 동북아의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동부가 원산이다..
속명인 ‘Impatiens’는 ‘참지 못하다’ 뜻의 라틴어로 열매가 익었을 때 건드리면 열매껍질이 톡톡 터지는 생태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종소명 ‘textori’는 식물 채집가 Textor를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다. 수줍은 처자가 다소곳이 그러나 강한 어조로 거절하는 표현이 와 닿는다. 열매가 익을 때 조금만 건드려도 톡 터지며 흩뿌려지는 속성을 속명‘Impatiens’와 같이 표현한듯하다.

꽃피는 시기는 8∼9월이며, 붉은빛을 띤 보라색으로 핀다. 가지 윗부분에 꽃이 모여서 달리는데, 작은 꽃자루와 꽃대가 아래쪽으로 굽는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3개이다. 꿀주머니는 넓으며 끝이 안쪽으로 말린다.
줄기는 곧게 서고,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키는 40∼80cm이다. 잎은 어긋나고, 모양은 넓은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열매는 바소꼴이며, 익으면 터지면서 종자가 튀어나온다.
물봉선속(Impatiens) 유사종:
- 가야물봉선(Impatiens atrosanguinea (Nakai) B.U.Oh & Y.P.Hong) : 키는 60cm로 원줄기는 바로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나며 넓은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흑자색으로 8-9월에 피고 크기가 물봉선의 2/3 정도이고, 거는 넓으며 자주색 반점이 있고 끝이 안으로 말린다.
- 꼬마물봉선(Impatiens violascens B.U.Oh & Y.Y.Kim) : 2010년 신종으로 등록된 것으로 꽃 크기는 물봉선의 약 1/2이며 하악편은 아래로 급격하게 좁아지고(물봉선은 점잔적으로 좁아짐), 거는 아래로 쳐지며 1바퀴 이하(물봉선은 1바퀴 이상)로 감긴다. 측화판의 선단부 열편은 타원형 (물봉선은 반원형)이다.
- 노랑물봉선(Impatiens nolitangere L.): 키는 50cm로 원줄기는 곧게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난다. 긴 타원형으로 끝은 둔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연한 노란색으로 8-9월에 피고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있으며, 입술모양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고 밑이 안으로 말린 가는 거(距)로 되었다.
- 물봉선(Impatiens textori Miq.): 키는 60cm로 원줄기는 바로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나며 넓은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홍자색으로 8-9월에 피고 꽃잎은 모두 3개인데 양쪽에 있는 큰 꽃잎은 길이 3cm이고, 거(距)는 넓으며 자주색 반점이 있고 끝이 안으로 말린다.
- 미색물봉선(Impatiens nolitangere var. pallescens Nakai): 키는 50cm로 원줄기는 바로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으로 끝은 둔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노랑물봉선에 비해 연한 황색으로 8~9월에 피고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있으며, 밑이 안으로 말린 가는 거(距)로 되었다.
- 봉선화(Impatiens balsamina L.): 키는 60cm로 원줄기는 바로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나며 피침형으로 양 끝은 좁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홍색 백색 자색 등으로 7~8월에 피고 1-수개가 모여서 액생한다. 꽃잎은 좌우로 넓게 퍼져 있고 뒤에서 통상으로 된 거가 밑으로 굽는다.
- 흰물봉선(Impatiens textori var. koreana Nakai) : 키는 40~80cm로 원줄기는 바로 서고 육질이며 마디는 돌출하고, 잎은 어긋나며 넓은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흰색으로 8-9월에 피고 안쪽에 적색 반점이 있으며, 꽃잎은 3개로 겨드랑이나기의 것은 이열하며 거는 끝이 안으로 말린다.

잎과 줄기를 야봉선화(野鳳仙花)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차고 서늘하며, 해독, 썩은 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악질적인 염증을 치료한다. 10월에 결실되는 종자를 이듬해 봄 화단에 뿌린다. 종자가 익으면 바람만 불어도 터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받아야 한다. 집에서 기르려면 물이 많은 화단에서 재배한다. 주로 씨앗이 떨어진 장소에서 계속 피는 식물이기 때문에 물이 고여 있거나 약하게 흐르는 곳에 심으면 좋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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