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쟁시장청 “장기적인 심층 조사 필요”
인수 계획 마감 시한은 내년 9월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약 46조 9320억 원)에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한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암초’에 부딪쳤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영국 경쟁시장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이 경쟁 질서를 어지럽히고 상대를 약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장기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밝혔다.
지난해 9월 정치인, 경쟁사, 고객 등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대했으며 영국에서는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경제 민족주의가 대두하고 핵심 인프라 보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인수 반대론자들은 ARM을 다시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 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영국 CMA는 인수 합병 이후 등장할 기업이 글로벌 시장, 데이터 센터,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약화할 수 있어 장기적인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며 엔비디아를 압박하고 있다.
경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거래를 피하려고 규제 기관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합병 이후 경쟁사에 해를 끼칠 일부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한 이후 합병을 승인하지만, 엔비디아와 ARM을 둘러싼 우려는 업무 전반에 걸쳐 있다. 또한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은 현대 경제의 중추를 구성하는 업종의 혁신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안드레아 코스첼리(Andrea Coscelli) CMA 청장은 “엔비디아의 ARM 통제가 경쟁사의 핵심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여러 중요 시장에서 혁신을 억제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라면서 “이는 소비자가 신제품을 놓치거나 가격이 상승하는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칩 기술(chip technology)은 수십억 달러 가치가 있으며 기업과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에 필수적”이라며 “여기에는 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중요 데이터 처리와 데이터 센터 기술, 향후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성장 산업에 중요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3월까지 ARM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엔비디아는 필요한 승인을 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거래는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가 우려할 사항을 해소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표시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 마감 시한은 내년 9월이다.
사이먼 시거스(Simon Segars) ARM 최고경영자(CEO)는 “독립적인 상장사보다 계획 중인 합병 회사가 일자리 창출을 더 많이 창출하고 미래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표시했다.
영국 정부는 1차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추후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포괄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며 심층 조사는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