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자의 기억법-2
. 환전은 100달러 지폐로 하는 것이 유리
. 맥주를 좋아한다면 오후시간 해피타임을 이용하자

밤새 비가 내렸다. 나갈 채비를 하고 집주인이 보내온 친절한 주변 식당 목록을 살핀다. 초록 잎사귀 가득한 점프수트를 입고 나섰는데 눅눅하고 후텁한 공기. 겨울에서 여름으로 왔구나.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으려 동네를 돌았는데 대부분 닫혀 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은 새벽에 열고 오후 1시에 문을 닫는다. 다들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뱃속에는 전쟁이 일고 절망하려는데 아까부터 눈에 띄는 색색의 고운 인테리어를 가진 가게에 두어 명이 국수를 먹는다. 뭔지 모르지만 성큼 들어가 주문하니 멋지게 탈색한 숏헤어의 젊은 여자가 말한다. ‘분 므억’ Bun Moc. 잘 끓여낸 육수에 고기완자와 닭고기며 삶은 돼지고기, 토란대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국물은 맑으며 깊고 구수하다. 전날 점심부터 굶은 탓에 싹 비웠다. 알고보니 이 곳도 목록에 있었던 가게.

 

새벽부터 영업하는 쌀국수 식당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1시에도 열려 있던 고마운 분므억 식당의 발랄한 직원과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메인 셰프. 국물은 닭고기 육수를 사용하여 맑고 고기 완자와 토란대가 부드럽게 씹힌다.
새벽부터 영업하는 쌀국수 식당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1시에도 열려 있던 고마운 분므억 식당의 발랄한 직원과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메인 셰프. 국물은 닭고기 육수를 사용하여 맑고 고기 완자와 토란대가 부드럽게 씹힌다.

새벽에 도착해 택시비와 당장 쓸 돈만 환전했으므로 돈이 없다. 환전을 위해 숙소 맞은 편 은행에 환율을 물으니 231동. 달러가 아닌 USD라고 말해야 한다. 호안끼엠 근처 금은방이 환율이 유리하다는 정보에 구글맵을 켜고 걷는다. 극심한 하노이의 오염된 공기를 알기 위해 AQI 지수를 보여주는 앱을 수시 확인하는데 결론만 말하면 견딜만하다. 마스크를 쓰고 목이 따끔거리면 생수보다 싼 비엣남 맥주를 마시면 된다. 좋은 환율로 100달러를 환전했다. 50달러짜리 두 장은 230동을 준다. 100달러 지폐로 가져가야 환율이 좋다. 눈앞에서 한장씩 세고 앞뒤로 확인하며 구겨지거나 오염이 심한 지폐는 바꿔야 한다. 가끔 위조지폐도 있어 베트남은 찢어진 지폐를 받지 않는다. 신한은행 호안끼엠점을 방문해도 좋다.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있다.

 

호안끼엠 금은방 골목에 위치한 사설 환전소. 환율이 좋은 편이지만 환전시 받은 자리에서 확인을 하는 게 좋다. 사설이 불안하다면 신한은행 호안끼엠 지점을 방문해도 좋다.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호안끼엠 금은방 골목에 위치한 사설 환전소. 환율이 좋은 편이지만 환전시 받은 자리에서 확인을 하는 게 좋다. 사설이 불안하다면 신한은행 호안끼엠 지점을 방문해도 좋다.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돈도 생겼으니 반미집을 발견하면 무조건 앉고 본다. 생맥주 한잔 900원.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해피타임에는 무려 2+1이니 600원인 셈이다. 기본 반미는 천원. 오후시간을 오토바이 매연을 씹는 창가에서 종일 보내고 4천원을 계산했다. 화장실에 가느라 올라가보니 3층 전망이 더 좋다. 가게 이름은 PATETA. 걸어서 20분이지만 동쑤언 시장을 지나고 공원도 있다. 돌아오는 길 공원에서 체조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어 함께 운동하고 춤도 춘다.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하노이 시내에는 테라스에 앉아 반미와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좌)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뉴데이 레스토랑의 백반 메뉴(우)
하노이 시내에는 테라스에 앉아 반미와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좌)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뉴데이 레스토랑의 백반 메뉴(우)

비엣남인은 우리와 정서가 꽤 닮아 있다. 저녁은 안남미를 먹고 싶어 여름에 갔던 뉴데이 레스토랑에 들른다. 현지인들이 먹는 가정식백반을 파는 대중적인 식당으로 여행객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베트남의 식당은 빈 자리가 있으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합석을 한다. 야외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백반과 맥주를 마시는데 역시 내 앞에 성큼 누군가 앉는다. 불편하지만 이 문화와 합의를 봐야한다. 생선조림백반을 주문한 남자는 호치민에서 출장을 왔노라했다. 내 밥값을 함께 계산하고 쿨하게 떠난다. 하노이의 드라마는 알 수가 없다. 어느 여름, 세상살이 험하다며 절친과 소주잔을 한참 기울이는데 계산대 앞에서 우리를 가리키던 젠틀가이들. 이름도 모른 채 이방인의 술값을 지불하는 낯선 뒷모습이 그 시절과 닮아 있다. (계속)

 

<하노이 여행시 필수품 2>

1. 동지갑 - 비엣동은 단위가 커서 1,000동부터 100,000동까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지갑이 있다면 유용하다. 양심적인 비엣남인이라면 큰 단위의 화폐를 받아도 알아서 거슬러 주겠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수고비를 벌려는 심산이 크다. 시간이 많다면 직접 만들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구입 가능하다. 

2. 휴대용 계산기 - 비엣남 화폐는 단위가 크다. 평균적으로 20으로 나누면 되지만 헷갈리기 일쑤. 작은 계산기를 사용하면 좋다. 휴대폰 앱을 사용해도 되지만 번거롭고 분실의 위험이 있다. 

 

<필자소개>

디지털노마드를 꿈꾸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 애쓴다. 노트북만 들고 전세계를 다니며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장기 노마드 프로젝트를 실천중. 현재는 순천에서 일년살기를 하며 남도 일대를 차박으로 누리고 있다. 에코 캠핑 교육과 노지 차박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김현아 객원기자 nina37c@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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