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엣남 전지역의 성장하는 공유 오피스 산업
- 비엣남 커피 상식, 종류 알고 즐기자

느리게 몸을 일으킨다. 회색 공기를 탓하느라 머리가 무겁고 밤에는 잔기침이 심해진다. 스트렙실 효과가 좋은 편이라 다행이다. 비엣남의 약국은 대체로 저렴해서 약국쇼핑을 오는 이들도 꽤 많다.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레몬맛을 선호하는 편. 술도 깰 겸 근처에 있는 쭉박호수를 산책하기로 한다. 쭉박호는 예상보다 아름다웠다. 거대한 떠이호에 비해 작은 우물이라고 여긴 것은 상대적인 착각이다. 작은 호수로 가는 골목은 좁고 비교적 한적해서 주변을 살피며 걷기에 좋고 동네 주민과 눈을 마주치며 웃을 수도 있다.

 

목감기에 잘 듣는 스트렙실과 하노이 시내의 약국 거리.미리 원하는 품목을 정해서 가서 주문하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다.
목감기에 잘 듣는 스트렙실과 하노이 시내의 약국 거리.
미리 원하는 품목을 정해서 가서 주문하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다.

굵은 팔뚝을 걷어 부치고 토종닭을 철판 위에 굽던 닭집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싱긋 웃어 보인다. 치킨이 그리웠는데 하노이 치킨이다. 지난 번 미딩의 치킨은 한국식이고 이것은 비엣남 북부스타일. 용기 내서 반마리를 달라 하니 곧바로 칼선이 시원하게 닭의 배를 가른다. 닭의 뱃속에는 짙은 초록색 허브가 가득한데 누린내도 잡고 식감을 좋게 한다. 포장만 가능해 숙소로 가져왔는데 실수로 갈비를 샀던가. 하노이 토종닭의 쫄깃한 질감과 육고기의 맛이 느껴진다. 별 수 없이 맥주캔을 딴다. 치킨과 맥주는 함께 먹어야만 한다는 것. 현대의 상식이 아니라 조선시대 산가요록에도 쓰여 있다. 

 

하노이에서도 치킨과 맥주는 불변의 진리.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하노이에서도 치킨과 맥주는 불변의 진리.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조화로운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여행은 달리 말하면 낯선 산책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식후에는 까페 덴 농 한 잔. 이 쌉싸르한 짙음이 또한 베트남이다. 중간이 없는 맛. 짧고 강한 여운이 혀를 씻어낸다. 서울에서도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면 하노이에 오지 않을까. 아니다. 35000동이니 1800원. 맛도 가격도 고마운 커피. 아직 쓰어다를 마시지 못했다. 거리마다 야외테이블에 젊은 남녀가 달달하다. 2-30대가 국민의 60% 이상인 비엣남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은 쉽게 볼 수 있다.

커피를 짧고 강하게 마시고 비엣남에서 핫하다는 공유오피스를 방문한다. 하노이 역시 스타트업의 열기가 뜨거워 신규 코워킹 스페이스만 20여 곳에 달한다. 방문한 곳은 TOONG이라는 글로벌 체인 공유오피스인데 여행을 좋아하는 디지털노마드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공간이다. 고정석 외에 1일, 3일, 한달 단위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사용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 가장 값비싼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니 비엣남 물가에 비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UP, Dreamplex 등 하노이에만 30여 개의 공유 오피스 공간이 성장하고 있다.

 

비엣남 전 지역에 성장하고 있는 공유오피스 toong 실내 인테리어. 전통적인 디자인을 살리면서 스타트업이나 1인기업에 유용하도록 다양한 플랜이 준비되어 있다. 디지털노마드라면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비엣남 전 지역에 성장하고 있는 공유오피스 toong 실내 인테리어.
전통적인 디자인을 살리면서 스타트업이나 1인기업에 유용하도록 다양한 플랜이 준비되어 있다.
디지털노마드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처음도 아닌 두 번의 하노이를 떠올리면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생각했다. 먼지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사그러들었다. 먼지와 모래로 뒤덮인 세계보다야 하노이는 맑고 투명한 편이니까. 목이 따끔거려 맥주를 마시는 거라고 핑계할 수도 있으므로 매우 유리하고 그리움에는 진부하게도 안개나 먼지 같은 것이 섞여 있다. 해외여행의 길이 차단된 지금 2년 전의 기록이 없었다면 잊혀졌을 이국의 심상이다. 다시금 하늘길이 열려 세 번째 방문을 소망하며 짧은 여행의 기억을 소환한다. <끝>

 

<비엣남 커피 상식>

1. 드립 커피도구 핀(Fin) - 비엣남 커피는 양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핀(Fin)이라는 용기를 사용한다. 가늘게 분쇄한 커피를 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알맹이는 걸러지고 커피액이 아래에 받친 컵에 내려온다. 추출에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진한 커피향을 코로 먼저 마신다. 상당히 진해서 블랙으로 마시기도 하지만 뜨거운 물(Nong), 얼음(Da) 또는 우유(Sua ong Tho)를 타서 마신다.

2. 커피 종류 -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 이후 커피를 까페(CaàPhe)라고 하는데 까페농(Ca Phe Nong)은 뜨거운 커피, 까페다(Ca Phe Da)는 아이스커피, 까페쓰어농(Caà PheêSua Nong)은 뜨거운 밀크커피, 까페쓰어다(CaàPheêSua Da)는 아이스 밀크커피.

 

<필자소개>

디지털노마드를 꿈꾸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 애쓴다. 노트북만 들고 전세계를 다니며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장기 노마드 프로젝트를 실천중. 현재는 순천에서 일년살기를 하며 남도 일대를 차박으로 누리고 있다. 에코 캠핑 교육과 노지 차박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김현아 객원기자 nina37c@nvp.co.kr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