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여행자의 기억법-3
ㆍ긴소매옷과 햇빛차단제, 우양산은 필수

며칠 여름이더니 간밤에는 서늘하고 습한 기운이 올라와 옅은 감기 기운이 있다. 건조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그랩바이크를 잡아 타고 호떠이(서호)에 간다. 하노이 서쪽의 가장 큰 호수다. 평소에는 안전하다고 느낀 오토바이가 과속을 하니 약간 무서워진다. 컨디션 난조의 신호겠지. 950원이라 1000원을 건네니 50원 지폐를 거슬러 준다. 네 것이라고 하니 밝게 웃는 그랩기사. 팁 주지 마라 습관되면 관광물가 상승한다며 핏대 세우는 이도 있지만 현지인들도 50원 거스름돈은 넘어간다. 비엣남에서 그랩만큼 성장한 서비스가 있을까.

 

카메라를 보여주니 환하게 웃는 그랩 바이크 기사. 하노이를 포함해서 비엣남 인구의 평균연령은 20대 젊은 층이다. 바이크가 필수 교통수단이므로 10대부터 배운다. 현재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어 하노이 시에서는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카메라를 보여주니 환하게 웃는 그랩 바이크 기사. 하노이를 포함해서 비엣남 인구의 평균연령은 20대 젊은 층이다. 바이크가 필수 교통수단이므로 10대부터 배운다. 현재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어 하노이 시에서는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호떠이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들어왔다. 뒤에 온 서양인의 주문을 먼저 받으니 기분이 상쾌하지 못하다. 기끔 느끼는데 비엣남에서 한국인은 돈을 쓰고도 대접받지 못한다. 의문의 열패감이 온라인카페에서 결속하고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먼지 수북한 탁자를 닦아내고 노트북을 펼친다. 3층 루프탑 코너는 담뱃재로 가득하다. 하노이는 흡연자의 천국. 거리낌없이 흡연하는 얼마 남지 않은 도시일 것이다. 바람이 높으니 비가 오려나. 불친절하지만 커피는 깊은 풍미를 가진 오리베리 카페. 온라인 리뷰가 추천하는 바나나케이크는 식감이 좋다.

그랩까지 타고 온 것은 호떠이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다. 디지털노마드는 일몰 위에서도 가능하다. 2020년 1월 10일 기준 하노이의 일몰 시간은 pm 5:32. 공기 좋은 여행지를 찾는다면 하노이가 답은 아니지만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고 싶다면 여기다. 아이와 노인이 웃으며 목욕탕 의자로 불리는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거리음식을 앞에 두고 담소하는 풍경이 골목을 채운다. 다소 불편하지만 온정이 남아 있고 저렴하니 부담없이 머물 수 있다. 일순 기왓장 내려앉는 소리에 바람이 거세진다. 예보는 비가 내일이라는데 하노이 날씨는 믿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호떠이의 일몰 전경. 해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카메라는 이것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아름다운 호떠이의 일몰 전경. 해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카메라는 이것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야시장에 가보라는 푸엉의 권유에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왔으니 몸에 탈이 난다. 챙겨온 비타민을 곱으로 먹고 나선다. 하노이에도 불금이 있다. 호안끼엠은 금요일부터 차 없는 거리가 되고 남녀노소 하노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팝송 '터치 바이 터치'를 틀어놓고 댄스를 하는 그룹만 서넛이다. 아무리 봐도 하노이는 우리나라 80년대와 닮아 있다. 목적은 야시장이었는데 쇼를 관람하고 어느새 떡볶이를 들고 있다. 하노이의 야시장에는 떡볶이며 먹거리가 다양하다. 흉내를 낸 정도지만 매운 음식이 그리웠는지 금세 비운다. 젊은이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어린 공안들은 거리를 통제한다. 금요일밤이면 생각나는 호안끼엠 광장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클럽중일까.(계속)

매운 맛은 부족하지만 떡볶이가 있는 야시장(좌 1) 화려한 야시장에는 뗏 명절을 축하하는 붉은 색으로 치장된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우 2) 시내 광장은 금요일밤이면 대형 클럽으로 변하는데 모든 젊은이가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우 3)
매운 맛은 부족하지만 떡볶이가 있는 야시장(좌 1) 화려한 야시장에는 뗏 명절을 축하하는 붉은 색으로 치장된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좌 2) 호안끼엠 시내 광장은 금요일밤이면 차 없는 거리가 되고 대형 클럽으로 변모하는데 하노이의 모든 젊은이가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우 3)

 

<하노이 여행 팁 3>

1. 필수 모바일 앱 설치(안드로이드/IOS 공통) - 그랩, 구글맵, 날씨앱(2개 이상), 계산기앱

2. 여행 시 옷차림 - 기온이 높다고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으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얇은 긴소매 옷이나 팔토시를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나 우양산, 기능성 햇빛차단제(썬블럭 or 썬크림), 생수 작은 병과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필수.

 

<필자소개>

디지털노마드를 꿈꾸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 애쓴다. 노트북만 들고 전세계를 다니며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장기 노마드 프로젝트를 실천중. 현재는 순천에서 일년살기를 하며 남도 일대를 차박으로 누리고 있다. 에코 캠핑 교육과 노지 차박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김현아 객원기자 nina37c@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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