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정윤수 기자]중국의 VR 시장이 올해 들어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기대감에 비해 실수요가 올라오지 못한 것이 부진의 이유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에서 VR 의 실수요가 예상처럼 확대되지 못한 데에는 현재 가상현실(VR) 시장을 이끌고 있 구글과 페이스북의 제품 및 서비스가 중국에서 차단되어 있다는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오큘러스와 구글은 사실상 참석 못해

지난 7월말 상하이에서 개최된 중국 최대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ChinaJoy)'의 방문자 수는 34만명이었는데, 이는 방문자 수 6만8천명인 미국의 게임 박람회 E3 는 물론 방문자 수 27만명의 도쿄 게임쇼의 규모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중국 게임산업 시장 규모 역시 미국을 앞선다.

게임산업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7년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089억달러로 전망되며, 국가별로는 중국이 275억 달러로 가장 크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251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VR시장의 대부분은 게임 분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인 중국은 최대 VR 시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에 VR 헤드마운 트디스플레이(HMD) 대표기업인 오큘러스와 구글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참석을 안 했다기보다는 못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HMD나 오큘러스의 모기업인 페이스북 SNS 서비스는 현재 중국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검색 서비스 역시 중국에서 차단되어 있다. 

구글이 판매하는 모바일 VR 기기인 데이 드림도 현재 이 제품에 장착할 수 있는 유일한 스마트폰인 구글 픽셀을 중국에서 구할 수 없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전세계 VR 시장의 양강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VR 시장이 확장되는 것을 가로 막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VR 시장 위축....투자 조달도 어려워져

중국 VR 시장 위축의 결과로 최근 VR 시장에서는 기술 개발의 핵심을 담당하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급속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VR 투자 추이 <자료 / CB인사이트>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CBInsights)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에서 VR 및 AR 분야의 신생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총 20억달러였으며, 그 중 3분의 2가 넘는 14억달러가 중국 투자가들로부터 나왔다.  

그런데 2017년 상반기 중국 투자자들의 VR 및 AR 관련 투자 금액은 1억 2,900만 달러로 불과 반년 사이에 굉장히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으며,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이미 VR/AR 에서 인공 지능(AI)과 무인항공기 등의 분야로 눈을 돌린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 금액 역시 2017년 들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VR 과 AR 영역에 특화된 벤처캐피탈 외에도 디즈니와 20세기 폭스 등 콘텐츠 기업들이 VR/AR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이를 상쇄하는 모습이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투자 중국내 보다는 해외에 집중

중국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주요 역할을 하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 역시 VR 및 AR 시장 지원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다. 특히 텐센트의 VR 투자는 올해 들어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VR/AR 업체에 대한 투자의 중심에는 BAT가 아닌 중국 이외의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BAT 중에는 텐센트가 가장 먼저 VR 사업을 전개해 왔다.

2015년 11월 자체 개발한 거치형 게임기 ‘미니스테이션(MiniStation)’을 발표했고, 이 게임기에서 VR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선형 의 고성능 HMD 와 모바일 HMD 를 개발 중으로 전해진다. 

텐센트는 지난 2015년 7월, 다수의 이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동시에 동일한 콘텐츠를 즐기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소셜 VR’ 서비스를 개발하던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VR)’ 에 투자한 바 있고, 2016 년 6월에는 AR 글래스를 개발하는 ‘메타(Meta)’ 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텐센트가 VR 기업이나 AR 기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우,  AR글래스를 위한 투자 의지를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그 투자 대상은 중국이외 국가의 스타트업이 중심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과 관련해서는 VR 을, 외부 기업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서는 AR 을 각각 중심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가 운영 중인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천묘정령(Tmall)’은 2016년 11월 ‘바이플러스 (Buy +)’라는 명칭의 VR용 쇼핑몰을 개설했다.  HMD 를 쓴 이용자는 슈퍼마켓이나 의류 매장을 재현한 가상 공간속을 걸어 다니며 상품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투자 활동은 텐센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2016년 이후로 AR 글래스를 개발하는 ‘매직 리프(Magic Leap)’와 ‘루마스(Lumas)’, 그리고 3D 로 AR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인피니티 AR(InfinityAR) ’ 등의 기업에 투자해 왔다. 

알리바바의 투자는 올해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았지만,  투자 대상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 중국 이외의 기업이며, 중국 스타트업들은 투자 목록에 올라있지 않다. 

BAT 중에서 VR 및 AR 기업에 대한 투자에 가장 소극적인 곳은 바이두다.

바이두는 산하에 있는 중국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아이치이(iQiyi)’를 대상으로로  ‘360 도 VR’ 이라 부르는 VR 콘 텐츠를 제공하는 정도로 VR 사업에 대응하고 있다. 

360도 VR 은 마우스 조작이나 스마트폰의 기울기 등 움직임에 따라 웹 브라우저에서 비디오의 방향을 바꾸고, 비디오 속 객체의 전후좌우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동영상이다. 

중국의 벤처캐피탈과 BAT 의 VR 및 AR 투자 목록에서 중국의 VR 스타트업들이 사라짐에 따라 중국 VR 기업들은 고전을 넘어 기업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스타트업 피코테크놀로지의 VR HMD

2017년 차이나조이에서 볼 수 없었던 기업은 오큘러스와 구글만이 아니다. 2016년 대규모 부스를 운영했던 중국의 주요 VR 스타트업 역시 올해 전시회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의 VR 산업이 위축되고, 투자도 줄어다는 이유로는 기기와 콘텐츠의 품질 문제도 지적된다. 

중국 VR 기기와 화질이 오큘러스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3분 정도 VR을 보고 나면,  어지러움 또는 구토 등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기와 콘텐츠의 개선이 상당히 진행된다면 중국의 VR 시장이 갑자기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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