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일본 총리실>

[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경제협력협정(EPA) 협상에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FTA(Free Trade Agreement)를 최종 목표로 하는 국가간 경제협력 방안이다.

EPA는 관세 철폐 · 인하 외에 투자와 서비스, 지식재산, 인적자원 이동의 자유까지 포괄하고 있다. 

일본과 EU는 세부 조항에 대한 협의를 거쳐서 올해 안에 EPA를 최종 타결하고 오는 2019년 발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치즈와 와인,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일부를 개방하거나 수입량에 따라 저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쿼터를 설정하기로 했고, EU는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 10%를 7년에 걸쳐 철폐하게 된다.

◆ 일본은 치즈 농산물 개방 · EU는 자동차 개방

모든 무역협정이 그러하 듯이 이번 일-EU EPA 역시 상호간의 이해득실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일본은 세계 1위의 치즈 수입 국가이다.

일본 락토재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일본의 치즈 수입량은 약 24만 5천톤으로 그동안 1위를 지켜왔던 러시아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은 2015년 한 해동안 32만 519톤의 치즈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EU도 지난해 주요 주요 수출 품목인 자연치즈를 6만 8천톤, 금액으로는 309억엔(우리돈 약 3천 130억원)을 일본에 수출했다.

EU로서는 치즈 소비량이 많은 일본을 상대로 시장 개방을 얻어 냈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번 일-EU EPA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나라 산업은 자동차 수출이다.

◆ 한국 자동차 수출 '직격탄'

현재 우리나라는 EU에 승용차, 자동차, 선박, 자동차부품 등 수송기기와 전자기기를 주로 수출하고 있는대, 지난해 기준으로 EU 수출액은 466억 달러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유럽은 중국 · 미국과 함께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고 있는데, 올해 5월까지 5% 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유럽지역에 무관세 혜택을 받으며 지난해 약 6조 3천억원의 자동차를 유럽에 수출했다. 수출 대수로는 (현지 생산물량 제외) 약 40만여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기간 일본은 엔저 현상을 등에 업고 유럽에 약 57만 여대를 수출하며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

엔저로 가격경쟁력 우위에 있는 일본 자동차가 이번 일-EU EPA로 앞으로 무관세 혜택까지 우리나라로서는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발효 이후 당장 일본 자동차가 무관세로 유럽시장에 수출되는 것을 아니다. 최소 7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미국 자동차 시장이 공급과잉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 자동차 시장을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근심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및 부품, 일부 공산품이 EU 시장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 완성차가 무관세로 EU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우리나라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농수산식품 · 섬유 · 의류 수출도 '먹구름'

자동차 외에 농수산식품 · 섬유 · 의류제품의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7일 '일-EU EPA 타결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EU에 치즈,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의 일부를 개방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에 있어 농수산식품과 섬유 · 의류 등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 유제품은 일본 수출 시 24.6%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데, 이번 협정으로 유럽산 유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 일본 수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섬유와 의류 산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 관련 업계 대책 마련에 '고심'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체 업계는 겉으론 차분한 모습이지만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세 철폐가 즉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피해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중 · 장기적으로 봤을때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어차피 지난해 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이번 일-EU EPA를 계기로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이 냉철한 자기성찰과 창의적 사고를 통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 관련 기업들도 이번 일-EU EPA로 인해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EU EPA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한 만큼 단순히 개별 기업에게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라며 "관련 부처별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책을 포함한 중 장기 산업 육성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TV 등 가전제품 부문에서 이미 전세계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이번 EPA를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할 경우 그냥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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