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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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습니다.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

한자로는 *遠水不救近火(원수불구근화)*라고 하지요.

아무리 넉넉하고 맑은 물이라도, 너무 멀리 있다면 지금 당장 내 옆에서 번지는 불을 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도 그렇습니다.

걱정, 상처, 갈등 같은 인생의 불길 앞에서 진짜 힘이 되는 건 내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엔 참 대단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도 많지요. 하지만 내가 아플 때, 외로울 때, 주저앉고 싶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은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입니다.

또 이런 말(遠親不如近隣, 원친불여근린)도 있습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피를 나눈 가족도 멀리 떨어져 살면, 내가 아플 때 바로 달려와 줄 순 없습니다.

오히려 늘 마주치는 이웃, 직장 동료, 친구가 내가 힘들 때 먼저 알아차리고 손을 내밀어 주지요.

우리는 가끔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을 바라봅니다. 유명인과의 인맥, 멀리 있는 기회, 언젠가 잘될 미래 같은 것들이요.

물론 그것들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오늘,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잊지 마세요.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소중한 사람’입니다.

삶은 늘 바쁘고 복잡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주변을 둘러보세요.

함께 웃고, 함께 밥 먹고, 힘든 날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물 한 바가지보다 더 귀한 사람입니다.

불을 끄는 건 강물이 아니라, 그 물을 내 곁에 부어주는 마음입니다.

오늘, 그 고마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보세요.
“고마워요. 당신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윤금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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