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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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 전망이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자원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하며 대중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중국에서 매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 시진핑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세계 각국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생산과 관련된 모든 부문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일부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당초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연이은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되자, 이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며 협상 중단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9일 하루 동안 여섯 건의 공고를 통해 해외로 수출되는 희토류 품목, 기술, 장비 및 원부자재, 중·중희토류(中重稀土), 리튬 배터리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 기술 견제에 대한 대응이자,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분석했다.

이어 베이징 정부는 10일 중국 항만에 정박 중인 미국 선박에 대해 ‘특별 항만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중국 국적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자석 등 광물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조용히 사재기하며 음흉하고 적대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중국이 세계를 인질로 삼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보다 훨씬 강력하고 깊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에 대응해 대중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중 간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순식간에 냉각되면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는 모두 개장 직후 1~2%가량 떨어지며 불안한 시장 심리를 반영했다.

이번 사태로 향후 미중 정상 간 직접 대화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금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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