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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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하며 주요 정책금리를 4.75%로 조정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작년부터는 총 17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안정세와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10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하루짜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각각 4.25%와 5.25%로 낮췄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물가 전망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최신 전망에 따르면 필리핀의 2025년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1.7%로 이전 예측과 동일하다. 반면 2026년과 2027년 인플레이션율은 각각 3.1%, 2.8%로 조정되어 이전보다 0.2~0.6%포인트 하향됐다.

이번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블룸버그 통신이 조사한 26명의 경제학자 중 단 7명만이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며, 다수는 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완화 사이클을 일시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금리 인하 발표 직후 필리핀 페소는 한때 달러당 58.32페소까지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 페소 가치는 약 2% 하락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페소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를 명시했다. 특히 최근 홍수 방지 공사 관련 부패 스캔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경제 목표 달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은행은 “정부가 올해 목표한 5.5~6.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홍수 방지 공사 예산의 부당 사용 의혹이 확산되며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유령 프로젝트’와 허위 계약서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공공사업 지출이 지연되고, 단기적으로 경기 성장세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번 인하가 단기적 경기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말 예정된 12월 정책회의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 속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페소 약세와 정치 불확실성이 향후 정책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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