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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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괴롭힘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에스파뇰은 9월 24일 보도를 통해, 마드리드 상호부조재단과 위험에 처한 아동청소년지원재단이 공동 발표한 제7차 《학생 의견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폭력은 주로 11~12세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괴롭힘이 1년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보고서 조사 대상은 총 8,781명의 학생과 355명의 교사였다. 이 중 12.3%의 학생이 자신이나 주변 친구가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9.4%보다 증가한 수치다. 특히 괴롭힘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사이버 괴롭힘이 지목됐다.

3.6%의 학생은 동급생들이 현실 괴롭힘과 사이버 괴롭힘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지난해 수치의 두 배였다.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는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단계에서 더 많았으며(57.4%), 주로 11~12세 연령대(64.7%)가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또한 15.8%의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사이버 괴롭힘 사건이 1년 이상 지속되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플랫폼별로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온라인 비디오게임 플랫폼(56.6%)과 틱톡(50.9%)이, 중학교 단계에서는 왓츠앱(66.7%), 인스타그램(61.1%), 페이스북(24.1%)이 주요 괴롭힘 공간으로 꼽혔다.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AI) 도구가 사이버 괴롭힘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전체 사이버 괴롭힘의 14.2%가 AI를 사용한 것이며, 남학생(60%)이 여학생(40%)보다 더 많이 활용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사진·영상·음성을 조작해 허위 영상을 만드는 사례가 54.8%에 달했으며, 신분 도용 사례도 32.2%에 이르렀다.

로렌소 쿠클린 마드리드 공조재단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공간에서의 학교 폭력이 스페인의 학교 폭력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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