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은행이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조기 배정하기로 하면서 경제 혼란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에 새로운 숨통이 트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9월 23일 성명을 통해 약 4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향후 몇 달 안에”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승인된 120억 달러 지원 계획의 일부로, 광업과 주요 광물 채굴, 관광업 육성, 에너지 공급 확대, 중소기업 자금 조달 강화 등 아르헨티나의 구조 개혁과 장기 성장 전략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간에 회담을 가진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 정부의 긴축 정책을 “매우 만족스럽다”고 평가하며, 2027년 대선 재선 도전 가능성에도 지지를 표했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미국 재무부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금융 지원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언사 이상의 정치적, 금융적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역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국채 매입이나 통화 스와프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최근 몇 주간 페소화 급락, 채권 가치 하락, 외환보유액 감소 등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주에만 11억 달러를 시장에 투입해 환율 안정을 시도했지만,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44억 달러 규모의 민간 부채 상환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식 외환보유액은 391억 달러 수준이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실제 가용 규모가 훨씬 적다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대 채무국으로, 약 572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IMF 전체 미회수 신용의 35%에 해당한다. 미국은 지난 4월 아르헨티나와 IMF 간 확장 기금 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당시 IMF는 아르헨티나에 14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번 세계은행의 자금 조기 배정과 미국의 공개적 지지는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밀레이 정부에 정치적 안정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