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길은 있을지 모른다"는 역설 주목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내뱉는 말인가.

 하지만 그 말이 누군가의 하루, 아니 인생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잔혹하게 보여준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만수는 흔히 말하는 ‘성실한 가장’이다.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고, 가족을 위해 성실히 살아왔다. 그런데 해고 통보 한 장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 순간부터 만수가 맞닥뜨린 건 단순한 실업자가 아니다.

 불안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무게,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 스크린 속 만수의 얼굴이 문득 우리 모두 자신의 얼굴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집값에 허덕이고, 일자리는 불안정하며, 한 번의 실패가 삶 전체를 삼켜버릴 수도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영화는 직업이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완전히 삼켜버리기도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비추며 관객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어쩔 수 없잖아.” 그러나 그 말은 체념의 언어이자, 사회가 개인에게 떠넘긴 무책임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건 이 사회의 구조와 제도의 빈틈이 아닐까?

 영화〈어쩔 수가 없다〉는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의 가슴 속에 잔잔히 파문을 남긴다. 우리가 너무 쉽게 익숙해져버린 말,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개봉 첫날인 지난 9월 24일 관객33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역대급 배우들의 라인업과 박찬우감독의 명성에 힘입어 1000만 관객을 무난히 달성 할 것으로 영화 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음악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 것은 당연하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삽입곡 자체가 특히 매력적인 만큼 어느 노래하나 소흘히 할 수 없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3번 2악장을 비롯 난투극 장면에 교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용필의  '고추 잠자리',김창완의 '그래 걷자',배따라기 '불 좀 켜 주세요' 그리고 마랭마레의 '바디나주(농담)'등도 일반적인 삽입곡을 넘어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 "어쩔수 가 없다"는  영화가 끝난뒤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길은 있을지 모른다"고 나직이 속삭인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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