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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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가 올해 1.5%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3% 성장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정책과 투자 위축, 제재 조치, 루블 환율 변동 등을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21%라는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유지했다. 이후 6월 들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으며, 최근 9월 12일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17%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년 이상 이어진 긴축 정책의 여파로 투자와 생산이 줄고 신용이 위축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다"며, 내수 중심 산업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문은 제재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정책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1.5%포인트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체르노프 ‘글로벌 자유 금융’ 회사 분석가는 “투자와 신용 위축으로 경제 성장률이 약 0.7~1.6%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바르호타 경제 전문가는 “고금리가 반년간 지속되면 성장률은 0.5%포인트 둔화되고, 1년간 이어지면 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 부진 역시 큰 부담이다. 러시아 과학원 국민경제예측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25년 2분기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1.5%에 그쳐 1분기(8.7%) 대비 급격히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투자가 러시아 GDP의 약 20%를 차지한다며, 투자 감소가 성장률 1.5%포인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 부문도 악화되고 있다. 7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1.5%로 2023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투자재와 소비재 생산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제재 조치 또한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체르노프는 “제재와 수출 손실로 성장률이 0.8~1.6%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최근 몇 년간 제재 환경에 적응해 충격이 과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루블 환율 변동 역시 변수다. 루블화는 올해 들어 약 20% 절상되며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둔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하면, 러시아 경제는 고금리 정책의 장기화, 투자 위축, 산업 둔화, 제재와 환율 변동 등 복합적 요인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년간 경제가 둔화 국면을 이어가겠지만, 일정 수준의 성장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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