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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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지역의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성장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등 관세 시행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 재연과 경기 둔화 가능성은 시장의 낙관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증시에서는 대표적인 AI 관련 종목인 소프트뱅크 그룹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며, 반도체 장비업체 에드윈 테스트 그룹과 디스코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 역시 AI 수혜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작년 말 이후 글로벌 5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 증가한 가운데, 이 중 10개 AI 관련 기업이 80% 이상의 기여를 했다. 대만 TSMC 역시 8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7일 발효된 대등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 확대 계획이 재확인되며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AI 관련 수익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자금을 분산 투자하며, 이는 전 세계 증시 동반 상승을 촉진하고 있다.

시장 강세의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있다. 미국 고용 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졌으며, 골드만삭스는 올해 9월, 10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가 각각 0.25%p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중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이미 금리 인하 기조에 들어갔고, 유럽중앙은행은 6월까지 7회 연속 금리를 낮췄다. 중국도 정책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정책 속에서 주요 경제권의 통화 공급량(M2)은 7월 말 기준 112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규모는 7조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주가 하락 시 매수세로 작용해 시장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재연 조짐은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비제조업 가격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관세 부과로 인한 기업 비용 전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관세 비용 부담 주체도 불투명하다. 소비자 전가 시 수요 위축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이 이를 흡수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채용 축소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7월 미국 고용 지표에서는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뚜렷한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보일 경우, 현재의 낙관적인 투자 기대가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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