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미국 무역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페인 '이코노미스트'는 7월 21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그가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국제 무역을 실질적으로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정책의 여파는 이미 항만 데이터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미국 항구에서 수입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으며, 5월에는 6.6% 줄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항만이 2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무역 분석가 존 매코언이 7월 20일 발표한 보고서는 미국 10대 주요 항만의 데이터를 종합해 이 같은 흐름을 확인했다. 특히 5월과 6월의 급락은 4월에 기록한 약 10%의 수입 증가를 상쇄했다. 당시 기업들은 관세 인상 전에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서두르며 일시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조치 효과’가 사라지면서 2분기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매코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에는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어든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2025년의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으로 기인하며, 현 시점에서 이를 단기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2024년에는 15% 성장세를 기록했던 미국 항만 물동량이, 2025년에는 오히려 연간 총수입량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는 미국 컨테이너 수송 60년 역사상 가장 급격한 연간 감소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무역 부진은 항만 물동량 감소뿐 아니라 운임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은 5주 연속 하락 중이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다.
매코언은 “컨테이너 운송량이 최대 25%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이 경우 미국의 연간 대외무역 총액은 5,100억 달러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항만을 통해 운송된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가치는 약 2조2천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을 중심축으로 삼아온 미국 경제에 있어, 항만 물류 감소와 관세 충격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관세라는 보호무역 조치가 결국 자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번 데이터가 경고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