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획기적인 디지털 자산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투자자들은 대규모 월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7월 18일 보도를 통해, 이번 주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상 최고가인 12만 3천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더리움(Ethereum), 솔라나(Solana)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자산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타이거(CoinTiger)의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상승세로 인해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금요일 기준 4조 달러를 초과했다. 이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 산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투자은행 벤치마크 컴퍼니의 애널리스트 마크 파머는 “이번 상승은 미국이 디지털 자산 관련 주요 입법을 진행 중인 시점과 맞물려 있다”며, “이는 암호화폐를 주류로 편입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조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관망하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통과된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 혁신 지침 및 설립 법안’, 일명 ‘천재법(GENIUS Act)’은 달러 등 실물 자산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간주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여,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간의 가교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원은 또 다른 법안인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도 통과시켰으며, 이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틀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아직 상원 표결 절차가 남아 있다.
이러한 규제 정비에 따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Citigroup),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시스템의 결합이 강화될 경우, 시장이 다시 한 번 급락할 경우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천재법은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부족하며,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위험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법 추진은 암호화폐 산업에 제도권 진입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했으며, 향후 월가 자본과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암호화폐의 역할과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