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기업 가치를 최대 2,000억 달러로 끌어올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7월 11일 보도를 통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xAI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는 이르면 다음 달 공식적으로 개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지난 5월 B라운드 투자 당시 평가액 180억 달러에서 불과 몇 달 만에 10배 이상 상승한 가치를 반영한다. xAI는 올해 6월 3억 달러 규모의 주식 매각에 이어, 7월에는 대출과 현금 투자를 통해 100억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대규모 자금 유치가 되는 셈이다.
회사 가치는 최대 2,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중요한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PIF는 이미 킹덤홀딩스를 통해 xAI에 간접적으로 8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xAI는 올해 3월 머스크의 또 다른 기업인 소셜 플랫폼 X를 약 450억 달러에 인수하며, 테크 제국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해당 합병으로 기업 가치는 1,130억 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이번 자금 조달이 완료될 경우 그 가치는 약 2,4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xAI는 자사 대표 AI 챗봇 '그록(Grok)'의 4세대 모델을 최근 X에 게시했으며, 이는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모델이 올린 게시물 중에는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고 반유대주의적 언급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xAI는 이후 혐오 발언 금지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그록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며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xAI와 머스크의 또 다른 벤처 간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7월 12일 보도를 통해 스페이스X가 xAI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의 일부로, 머스크의 AI와 우주 사업 간의 전략적 연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록은 현재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프로젝트와도 연계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과의 통합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xAI는 단순한 챗봇 개발을 넘어, 머스크의 전방위 기술 네트워크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는 2015년 샘 올트먼과 함께 OpenAI를 공동 설립했으나 2018년 회사를 떠났고, 이후 OpenAI와 그 CEO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현재 OpenAI는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가치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xAI를 통해 이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 덕분에 자사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최근 두 사람 간의 공개적인 갈등이 일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자신의 테크 제국 확장에 한 치의 주저도 없는 모습이다.
xAI의 향후 자금 조달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 AI 시장은 OpenAI, 구글 딥마인드, 메타, 앤트로픽 등과 함께 머스크의 xAI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이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는, 머스크의 야망과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