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표 항공사인 델타 항공이 유럽산 항공기에 부과되는 수입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전례 없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7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델타 항공은 유럽에서 제조된 신형 에어버스 A321neo 항공기에서 엔진을 분리한 뒤, 기체만을 미국으로 무관세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기체들은 미국산 포용적 엔진을 장착한 상태로 유럽에서 출고되었으나, 미국 입국 전 이 엔진을 제거해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분리된 엔진은 유럽에 남아 있고, 기체는 엔진 없이 미국으로 운송되어 기존 구형 항공기의 대체 엔진으로 활용되고 있다. 델타 항공은 이미 엔진 문제로 일부 A320neo 시리즈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델타 항공이 이런 방식의 수입을 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현재 미국 규제 기관이 신형 항공기의 좌석 인증을 아직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체를 즉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10%에 달하는 항공기 수입 관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정책의 일환으로 유럽산 항공기에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델타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바스티안은 이번 주 실적 발표에 맞춰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공기 관세를 지불할 계획이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또한, 새 항공기에서 엔진을 분리해 수입하는 방식에 대해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가 새로운 항공기의 미국 수입을 지연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도 언급했다.
이번 사례는 델타 항공이 단순히 이번 한 번만 취한 조치가 아니다. 델타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관세 회피를 시도해왔다. 2020년에는 신형 항공기의 항로를 암스테르담, 도쿄, 엘살바도르 등으로 우회시키며 직접적인 미국 수입을 피해 관세 부담을 줄였다. 올해 초에는 일본을 경유해 에어버스 장거리 여객기를 미국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규제와 무역 정책 사이의 허점을 활용한 사례로 평가되며, 향후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협상, 항공 산업 규제 및 국제 관세 정책에 중요한 전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