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3일, 블룸버그와 레제코 등 복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 쑤린과의 통화 직후 베트남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패왕적 협정”이라 지칭하며, 미국의 연방 수입 증가와 통상 구조 개편의 상징으로 평가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번 통화에서 양국이 무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 협력하기로 했으며, 쑤린 서기장은 미국이 베트남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고 일부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철폐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협정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경제협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천명했다.
베트남은 미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약 30%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의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당초 46%로 예고되었으나, 이번 합의로 대부분 품목에 20%의 관세가 적용되며, 일부 해운 관련 제품에는 4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동시에 베트남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오프로드 차량 등 대형 내연기관 차량의 베트남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하노이 국립대학교 경제학부 레꽝밍 박사는 “이번 협상은 베트남 정부의 전략적 대비와 미국 내 베트남 투자 기업들의 지지가 만들어낸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SSI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판류싱도 “이번 합의는 베트남의 글로벌 무역 지위를 한층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미국의 베트남과의 무역 적자는 1,230억 달러를 초과해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미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고율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협정을 통해 베트남 제품에 대한 일방적 고율 관세는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트럼프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 ‘리얼소셜’을 통해 “중국, 영국에 이어 베트남과도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베트남이 미국의 전면적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미국과의 대립 구도를 유지하고 있고, 영국은 일방적인 10% 관세 부과에 순응하면서도 유럽과의 독자적 협상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번 미·베 무역 협정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유럽 국가들에게는 불리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은 오는 7월 9일 이전 협상 타결을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의 전략산업을 제외한 범용 제품에 대해 20~50%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한 일본은 협상 지연에 따라 최대 35%의 관세 위협을 받고 있어, 미국의 강경 통상 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 계속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협정은 베트남이 자국 산업에 비교적 큰 타격 없이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안정시킨 사례로, 중소 개방경제 국가들에게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