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근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독일 뉴스 텔레비전 채널 웹사이트가 6월 28일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해외로 떠난 난민들이 전쟁 이후에도 조국과의 법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전쟁 이후 귀국 가능성이 낮아진 난민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절박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와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을 크게 변화시켰고, 특히 인구 문제는 국가의 주요 위기로 부상했다. 이미 전쟁 이전부터 이민, 빈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인구는 감소세를 보여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약 5,200만 명이었던 우크라이나 인구는 2021년에는 약 4,100만 명으로 줄었으며, 현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에 약 3천만 명만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 통계에 따르면, 현재 43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유럽 각국에서 임시 망명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곧 유럽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고, 향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중 국적 허용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외국 국적을 취득한 우크라이나계 남성들이 우크라이나 여권을 다시 신청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적 회복이 군 복무 의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은 또한 외국 국적자 중 ‘우호 국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제한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호 국가' 명단을 별도로 지정할 계획이며, 이에는 유럽연합 국가들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국가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법안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참전한 외국인 군인들에게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을 신청하기 위해 최소 5년 이상 거주해야 했던 조건이, 외국인 군인의 경우 1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국적 취득은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떠날 수 없는 제약도 의미하는 만큼, 이를 실제로 선택할 외국인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번 결단은 전시 국가의 생존 전략이자, 인구 구조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