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정부가 미국 측의 외국인 범죄자 송환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에페 통신이 6월 2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엔리케 알칸타라 페루 법무 및 인권부 장관은 미국이 인도되거나 기소된 외국인을 페루 교도소에서 복역시키려는 요청을 해왔으나, 이는 페루 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칸타라 장관은 6월 28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외국에서 인도된 자나 타국 국적의 범죄자를 수용할 의사가 없으며, 이는 현재의 어떤 법적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페루의 범죄인 인도 협정은 자국민 또는 외국인이 페루 사법기관에 의해 재판을 받고 형을 집행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외국 요청에 따라 수감자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만약 페루 국적의 수감자가 외국에서 처벌받았고 페루에서 복역하길 원할 경우, 또는 페루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본국에서 형을 치르기를 원할 경우, 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 불법 이민자 혹은 범죄 혐의가 있는 외국인의 수감 및 송환을 요구해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알칸타라 장관의 발언은 페루가 자국 주권과 법적 체계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알칸타라 장관은 페루 전역에서 오랫동안 지연돼온 교도소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방케와 이카 등 지역 교도소의 확장뿐 아니라, 리마주 와충 지역에는 수용 인원 1만 6천 명 규모의 대형 교도소 2곳을 짓기 위한 외국 자금 유치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부 키루빌카에는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발표는 페루 정부가 자국의 형사 사법 체계와 인권 환경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의 정치적·법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