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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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중국의 수입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며 향후 수개월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6월 23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아시아 태평양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대만, 베트남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글로벌 교역 둔화와 주요 수요국의 경기 약세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전자제품 수출 회복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서비스 무역은 이미 정점에 도달해 외부 성장 동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싱가포르의 GDP 성장률이 2025년 2.1%, 2026년 2.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민간 소비는 여전히 주요 지지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 마찰 장기화가 투자와 수출, 전반적인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내수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S&P는 실제 정책 이행이 아직 미약하다고 평가하며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4.3%, 2026년은 4.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 정부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의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간주된다.

S&P는 이번 보고서에서 “아태 지역이 직면한 외부 도전은 특히 심각하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수입 부진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이 내수 기반을 얼마나 튼튼히 갖췄는지가 향후 회복력의 차이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와 글로벌 자금 유동성 흐름이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과 투자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인도와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두 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낮고 내수가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이 6.8%로 소폭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고율 관세 부과를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재정 건전성이 회복되고 통화 여건이 완화되면서 소비 중심의 내수 성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경제 전반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망은 아태 지역 국가들이 외부 변수에 휘둘리는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 기반 확대와 경제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낼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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