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 재건 사업이 내수 진작과 경제 회복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심각한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 도시 재건 계획의 약 80%가 비용 급등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지역 재건 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으로 일본 내에서 144건의 주요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이 중 89건의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졌고, 96건은 총 공사비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쿄처럼 개발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프로젝트가 다섯 번 이상 계획 변경을 겪거나 6년 이상 연기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공사 비용의 가파른 상승이다. 2023년 2월 기준, 도쿄의 아파트 건축 비용은 135%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근 등 주요 자재 가격의 인상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건설 인력 부족도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2022년부터 시행된 노동법 강화, 초과 근무 제한 등의 제도 변화가 업계에 부담을 더하면서 공기 지연이 빈번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연이 단순한 일정 변경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쿄대 도시계획연구소 고이즈미 히데키 교수는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과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고, 그만큼 지연이나 중단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일본 법은 도시 재생을 위해 낙후된 주거지와 도로, 공원 등을 통합 개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고층 건물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익성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무리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니가타 시 중심의 고마치구 옛 미쓰코시 백화점 부지 재개발이 있다. 초대형 37층 건물을 계획하며,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재정적 매력 부족으로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건설사와의 협상이 결렬되며 착공이 무산된 상태다. 니가타현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예산과 실행 가능성 문제로 인해 사업 전체가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일본 도시 재건 프로젝트는 외형적 성장과 경제 회복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복합적인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발걸음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