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한때 '좌초 자산'으로 분류되며 외면받던 석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탈탄소화 흐름 속에서 경제성과 환경성을 이유로 외면받아 왔던 석탄이지만, 최근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속에서 그 존재감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 석탄 시장에서는 연료탄(동력탄)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보였다. 아거스미디어의 알렉스 새크라는 "관세전쟁 우려로 인해 석탄 수요 전망이 악화되었고,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 축소, 신규 광산 개발 어려움,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시장은 점점 더 공급 불안정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사회연구소 마쓰오 히로시 대표는 "현재의 가격 침체는 중소 규모 채굴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며, 이로 인해 조기 폐쇄되는 탄광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석탄 사업을 매각했고, 이는 시장의 통제권이 소수 기업에게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씨티은행의 에프렘 라비 연구원은 "앞으로 10년간 석탄 평균 가격은 지난 10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석탄 발전의 퇴출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은 2024년 9월 마지막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며 탈석탄 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 증가라는 새로운 변수는 이 같은 흐름에 균열을 내고 있다.

미국은 석탄 발전의 수명 연장을 선언했다. AI 데이터 센터 등 고정적 전력이 필요한 인프라에 태양광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 노후 석탄 발전소의 폐쇄를 유예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버림받은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요의 약 40%는 여전히 천연가스와 석탄에 의해 충당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석탄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니시자와 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를 위해 석탄 의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석탄 발전은 여전히 전력 구성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호쿠리쿠 전력은 당초 폐쇄 예정이던 도야마 신항 화력발전소 1호기의 운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선진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탈탄소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초초임계(USC) 및 전체 가스화 복합 사이클(IGCC) 등의 기술을 통해 석탄 발전의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PwC의 아이카와 다카노부 매니저는 "탄소가격 책정이 본격화된다면 석탄의 가격 경쟁력도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석탄 발전은 '저렴한 공급', '에너지 안보', '환경 보호'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어려운 과제 속에서 다시금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