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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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FC가 대전하나시티즌 안방에서 2:0 완승하며 대전 원정 17년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2025시즌 K리그1 단독 선두인 대전은 지난 2008년 홈에서 전북을 잡은 이후 17년 동안 한 번도 홈에서 전북에 승리하지 못해 이번에도 '전북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전북현대는 시원한 ‘닥공’ 플레이는 아직 찾을 수 없었지만, 2연승 무실점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엔 성공했다.

공격, 수비 모두 안정감이 엿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닥공 대신 역습, 혹은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를 통해 유의미한 장면을 연출했다.

철옹성을 쌓는 격인 스리백 수비 안정 + 역습을 통한 실리 축구 + 킬 패스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돌파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대저 호랑이가 자세를 낮추는 건 장차 공격을 펴기 위함이요, 살쾡이가 몸을 움츠리는 건 뭔가 잡아낼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제7대 군주였던 오왕 부차가 월왕 구천을 풀어주려고 하자 그의 핵심 책사 오자서는 구천의 반격을 우려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이와 관련 패배(敗北)한 월나라(越)의 왕(王) 구천(句踐)이 쓸개를 핥으면서 복수(復讎)를 다짐한 데서 유래(由來)했던 고사성어가 '와신상담'이다.

이른바 구천은 오나라 복수의 시기를 계속 미루었다. 확실한 완전 승리를 위해서였다.

또한 성벽을 굳게 지켜 수성전을 펴다가 상대의 날카로운 기운과 기세를 꺾어 더 이상 공격할 수 없게 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게 하거나 오랫동안 공격 모드로 머물게 하면 자연스럽게 수비 자세가 허술하게 되거나 체력이 소진되게 마련이다. 이때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역습을 통해 상대가 전열을 갖추기 전에 느슨해진 상대를 공격해 완전한 승리를 얻기 쉬워진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막판 뒤집기는 운이 좋아서 우연하게 되는 게 아니라 집념과 함께 지구력의 발로 내지는 체력 우위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싸움의 승패는 언제나 막판 뒤집기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축구 경기에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있다가 종료 직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 내지는 방심으로 반격 골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몇 년간 수비력과 집중력, 뒷심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북현대가 반드시 반면교사로 새겨야 할 대목이다.

명분과 실리를 같이 구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볼 점유율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제적인 축구 운용 측면에서는 수비 후 역공 전략이 효율적일 수는 있겠지만, 전북현대 팀의 트레이드마크로는 장기적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옛 감독이 실리 위주로 가다가 K리그1 상위권 궤도에 오르면 명분 중심으로 팀 컬러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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