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반도체 시장 침체…기업 실적 악화
인텔, AI 칩 경쟁에서 뒤처지며 적자 전환
엔비디아, AI 칩 수요 증가로 순이익 80% 급등

전 세계 10개 주요 반도체 기업의 2024년 3분기 총 순이익이 517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이는 3년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칩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전기차(EV) 및 산업 장비용 반도체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AI 칩 시장의 성장이 반도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가운데, 미국 엔비디아는 순이익이 80% 증가한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차세대 AI 칩과 슈퍼컴퓨팅 플랫폼인 ‘블랙웰’의 양산 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당 제품은 회사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황인훈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블랙웰의 수요가 심상치 않다"며 향후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블랙웰의 가격은 500만 엔(약 33,600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칩 설계를 바탕으로 생산을 담당하는 대만 TSMC도 순이익이 55% 증가하며 115억 달러를 기록,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또한 성장세를 보이며, SK하이닉스가 57억 달러의 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미국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인텔은 1억 2,6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며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2021년부터 시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로이터 통신은 TSMC가 여러 미국 반도체 대기업에 인텔 공장 운영 회사에 공동 출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던 전기차(EV) 반도체 시장은 예상과 달리 침체를 겪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차량 및 산업 장비용 반도체 매출이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하비프는 "중국 외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다"고 언급하며, 생산 확대 계획이 무산된 상황을 전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이익이 68%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테슬라에 차량용 초저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이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시장은 AI 반도체의 강력한 성장과 함께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전기차 및 산업용 반도체의 부진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향후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