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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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 시장이 다시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월 18일 일본 경제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시가총액이 두 달 만에 다시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투자자들은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를 덜고 기업 이익 증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양상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공격적인 관세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최악의 결과'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미국 금융사 혜심사(Hisims)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총 시가총액이 125조 달러를 초과했다. 1월 중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전,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일시적으로 118조 달러까지 감소했었다.

이번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미·유럽 증시였다. 독일 주가지수 DAX는 1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영국 FTSE 100 지수도 12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S&P 500 지수 역시 1월 최고 기록과 0.1%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한 달을 맞이하면서 '트럼프 관세'로 인한 글로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이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잉골스-스나이더(Ingles & Snyder)의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 티모시 그리스키(Timothy Ghriskey)는 "현재 주식 시장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시장은 관세 영향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13일 시장의 반응은 투자자 심리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 부처에 ‘상호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하는 문서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한편,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 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14일 현재 VIX 지수는 14.77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으며, 시장 공포의 기준선인 20을 밑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보편적 관세 도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릭 월러스틴(Eric Wallastein) 야드니 리서치 수석 마케팅 전략가는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한 접근이 양자 무역 협상에 더 많은 여지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미국 기업의 견조한 실적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혜심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상장기업의 2024년 4분기 주당 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해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금융 및 정보기술(IT) 산업 기업의 80%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했다. 헤지펀드들도 가장 먼저 움직였다. 골드만삭스의 집계에 따르면, 1월 31일부터 2월 6일까지 많은 투자자들이 IT 관련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했으며, 이는 최근 5년 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시장에서는 유럽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혜심사가 분석한 주요 유럽 상장기업들은 2025년 주당 수익률이 2024년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세가 시장의 최대 위험 요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일본, 유럽,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모건 스탠리는 미국의 일련의 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의 영향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 주가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2025년 실적 예상치는 기존 8% 성장에서 5~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미국 증시 역시 기존 11% 성장 전망과 달리 8%포인트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주식 시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향후 전개될 무역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 실적이 강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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