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펭귄은 앞면의 흰색, 뒷면의 검정색이 마치 턱시도를 입은 신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남극의 신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근처에 있는 작은 섬에서 2011년도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조아오 페레이라 드 소우자(Joao Pereira de Souza)씨는 브라질 최대의 항구이자 상업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바다의 작은 섬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은퇴 후의 노년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벽돌공으로 평생을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은퇴 후 가끔씩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그는 자신의 삶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2011년 6월 어느날이었습니다.

노인은 여느 때처럼 바다로 나가다가 섬 귀퉁이 바위 틈에서 동물의 신음소리를 듣게됩니다.

이상히 여겨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마젤란펭귄의 새끼 한 마리가 기름투성이가 된 채 바위 틈에 끼어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는 어린 펭귄을 구출하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몸에 묻은 기름을 닦아주고 굶주림에 지친 펭귄을 위해 잡아온 물고기도 먹이로 주었습니다.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노인은 이제 펭귄의 기력이 회복된 것으로 생각하고 펭귄을 바다로 데려가서 놓아주었으나 펭귄은 그 사이에 노인에게 정이 들었는지 노인의 품을 떠나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한사코 떠나지 않으려는 펭귄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그로부터 11개월을 자신의 집에서 펭귄과 함께 지냈습니다.

펭귄에게는 자식처럼 딘딤(Dindim)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 털갈이를 마친 펭귄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노인은 펭귄이 떠나버리자 다시는 펭귄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허전함과 함께 무척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 사이에 펭귄에게 가족같은 정을 느꼈던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 해가 지나간 후 노인은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해변에서 딘딤을 발견합니다.

노인의 기쁨은 컸습니다.

집을 나갔던 자식이 돌아온 것 이상으로 반가웠던 것입니다.

딘딤을 집으로 데려온 후 노인은 8개월 동안을 딘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펭귄의 번식기인 2월이 되면 집을 나갔다가 6월에 돌아오기를 5년 째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젤란펭귄은 남극대륙으로부터 통상적으로 4,000km~8,000km 떨어진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파타고니아 해안에서 번식하는데 그 먼 곳을 홀로 헤엄쳐서 오가는 딘딤의 보은심(報恩心)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특이한 것은 동네의 이웃들이 딘딤을 쓰다듬거나 만지면 괴성을 지르거나 부리로 쫄 듯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할아버지에게만은 얼굴을 부비고 날개짓을 하면서 무릎 위에 앉는 등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애교를 떠는 것같이 친밀감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생물학자인 조아오 파울로 크라헤우스크(Joao Paulo Krajewsk) 씨에 의하면 펭귄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딘딤은 할아버지에게 더욱 어리광을 피우고 애교를 떤다고 하니 지금은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자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고 외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신 늙은 할아버지에게 손주를 대신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딘딤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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