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품세 로고./사진=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제공.
경락품세 로고./사진=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제공.

●품새와 품세 개념

품새는 태권도 정신과 기술의 정수를 모아 심신수양과 공방원리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나타낸 행동절차로 규정된 양식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품새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규정된 형식(틀, 型)에 맞추어 지도자 없이 수련할 수 있도록 배열하여 엮어놓아 동작이라고 국어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1987년도 국기원에서 발간된 국기태권도 교본을 보면 정신적인 측면에서 품새의 기능을 잘 방증하고 있다.

자기와의 싸움, 즉 수양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특히 품새가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가 심오하기 때문에 정신수양 기능 측면에서 품새가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깨치고자 하는 반복적 실천과정을 통해 기술의 터득과 정신적 깨달음의 길이 열린다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도 품새의 정의를 "옛 태권도 조상들의 오랜 세월과 귀중한 체험에 의하여 창조된 것으로서, 힘의강약, 기술의유강, 기의민감, 시선, 호흡법 등 수련상 나오는 다양하고 복잡한 것들을 과학적으로 종합, 연구, 고찰하여 정신의 완성을 수양키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써 태권도의 모체는 품새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품새는 심신연마를 위한 기술성과 정신성의 갈고 닦음과 그 닦음을 통해 동시에 깨달음을 얻어야 전인(全人, 인격성, 사람다움)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그런데 태권도 품새의 ‘품’은 ‘모양새’, ‘새’는 ‘맵시’와 ‘꼴’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1968년에 제정·공인된 품세(용어)가 처음 소개·수록되었고 1972년 태권도교본(품세편)이 발간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태권도의 발전과 함께 많은 품세의 동작과 용어가 조금씩 변화가 진행 되었다.

품새는 원래 품새명(名, 이름)과 품새선, 동작군, 기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급자용 학습단원인 태극 품새 8개와 유단자용 학습단원으로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지태, 십진, 천권, 한수, 일여 등 9개 품새, 그리고 팔괘 품새 8개 등 모두 25개의 품새로 원래 제정돼었다. 이 품새를 공인 또는 제정 품새라 칭하였다.

품새 용어는 과거 형(型), 품세(品勢)라 불리다가 1987년 2월 26일 국기원 기술심의위원회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품새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울러 팔괘품세도 품새 종류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이 알고 있는 공인품새를 보면 유급자 품새 태극1장~8장, 유단자 품새 고려~일여까지 총 17개 공인품새가 있다. 

폐기되었다고 하는 팔괘품새(팔괘1장~8장)는 이미 폐기(1988년)되어 다른 문헌(태권도 관련 기관 홈페이지나 출판물)이나 공식 자료집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2006년 개정된 교본 상에도 팔괘품새가 빠져 있는 것을 보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팔괘품새를 수련하는 분들의 감소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고 사료된다.

이른바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을 겨냥한 엘리트 스포츠 개념이 중시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와서 동양무술의 품새(투로, 카타)는 체조나 춤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품새 수련만 열심히 하는 것이 실전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팔괘 품새는 생활스포츠 색체가 더욱 강하고 동양철학 사상을 강조하다 보니 일반도장에서 어린이태권도 수련 도구로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품새는 물론 중국의 우슈의 투로 대회나 일본 가라테의 카타 대회도 그저 얼마나 동작을 얼마나 정확히 표현해 내느냐로 평가하기 때문에 태권도의 차별성이 요구된 점도 존재한다.

또한 이렇게 개명된 이유는 한자어에서 순 우리말화의 의도가 토대가 되고 있다.

품새 제정은 1968년 대한태권도협회는 품세제정위원회('품세'는 당시의 명칭)를 구성하여 명명했다.

품세(品勢)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1987년 국기원에서 한글와 작업의 일환으로 형(形)과‘형(型)’의 한자를 놓고 수많은 논쟁 중에 있다. 명칭을 변경한 품새(品形·品型)를 선택하는 한자 표기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는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국어사전 맞춤법·표기법에 따르면 ‘품새’는 본래 ‘품세’의 비표준어였다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품세’와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품세(品勢)라고 불리다가 품새로 변경된 이유는 대한민국내의 언어 실생활에서의 사용 빈도를 감안하여 2011년 8월 22일 국립국어원 국어심의회 전체 회의를 거쳐 동년 8월 31일부터 "품새"와 "품세"가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이와 관련 일부 태권도 대사범들은 태권도의 기술의 집합체인 품새 동작속에 숨어 있는 기술의 난이도와 종류에 따라서 품세(品勢) 또는 품새(Poomsae)로 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권도에서 품세(品勢)냐 한글화 작업으로 명칭이 바뀐 ‘품새’냐의 쟁점은 지금도 다양하고 의견들이 태권도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 할 대목은 국어사전에서 서술된 기세 (氣勢)의 개념과 의미이다.

기세 (氣勢)는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혹은 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을 뜻한다.

단순한 태권도 동작의 형태나 모형 보다 氣를 중시한다는 정신적인 측면을 보건건강 도구로서 품세가 더욱 타당한 표현이다.

이에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은 정신적·영적 측면을 강조해서 경락품세(經絡品勢)라고 명기하였다.

●엘리트 스포츠 VS 생활스포츠 

태권도 경기는 크게 겨루기와 품새로 나뉜다.

하지만 현재 올림픽에 걸린 8개의 금메달(남자 4체급, 여자 4체급)은 모두 겨루기에서 나온다.

품새는 이제 겨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만 채택돼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품새  경기가 열렸다.

아시안게임 입성 후 이제 WT도 품새의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올림픽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국내  유력  중앙매체  인터뷰에서" 태권도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무도이자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품새 태권도가 더 확산돼야 한다.  세계 곳곳의 공원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태권도도 연령에 맞춰 품새를 개발하면 모두가 편하고 즐겁게 수련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경락품세 시현 장면./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제공

엘리트스포츠 종목으로서의 태권도 겨루기 외에 태권도 품새 수련을 통한 태권도 저변확대와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 스포츠 도구(소재)로서의 품새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뜻으로 읽혔다.

태권도 품새 경기는 지정된 시간(1~2분 이내)에 고려·금강·태백·비각·한류 등 개별 품새 중에서 주최 측이 지정한 것을 경연한다. 

심판이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채점 기준은 정확성(3점: 기본동작, 각 품새별 세부 동작), 숙련성(4점: 균형 및 동작의 크기, 속도와 힘), 표현성(3점: 강유, 완급, 리듬, 기의 표현)이다.

이런 측면에서 결국 현재 태권도 품새는 동작의 심미성을 우선 기준으로 하고 있어 대중적인 심신연마를 위한 도구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대중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수련하기에는 보건의학적인 측면에서도 논리가 부족한 셈이다.

●경락품세는 양생대도 도구

죽은 사람의 영혼이 혼백(魂魄)이다.

흔히 우리들은 「넋」이라고 하는데 사실 혼과 백은 성격이 다르다.

혼이 정신을 주재한다면 백은 육체를 관리한다.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혼은 양기(陽氣)이자 천기(天氣)이므로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음 기(陰氣)이자 지기(地氣)이므로 땅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숨이 끊어지면 혼백이 나가게 되므로 생명활동이 중지되어 죽는다.

이런 원리 때문에 우리는 몸, 마음. 숨을 동시에 함께 수련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의 정의를 이전의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생의 건강"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서구적인 순수 의학이론적 사고에 바탕을 둔 건강법을 넘어서 동양철학 사상을 통합하는 종합적인  심신건강수련법이 주목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황제내경》은 동양에서는 자고로 건강백서이자 한의학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다. 

精(정), 氣(기), 神(신)은 중국의 전통양생에서 가장 근본이 된다고 여겨진다.

여기에는 동양사상의 원천인 ‘천인합일(天人合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 사람과 사람, 몸과 마음의 화합(調和)을 뜻한다.

'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라는 책을 저술한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는 건강관련하여 '황제내경 양생대도'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면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실천적 행동’은 무엇일까. 

그 핵심이 바로 ‘精氣神 양생’법이다. 저자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 가지 중요한 개념을 『황제내경』에서 빌려온다. 

‘정(精)’은 몸의 근본 물질이고, ‘기(氣)’는 생명활동의 에너지이며, ‘신(神)’은 생명활동의 주재자이자 활력 그 자체라는 것으로 저자는 이 세 가지를  평소 수련을  일상화 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품세 동작을 통해 신체 근육을 단련하고 호흡과 경락혈 자극을 통해  氣를 보강하고 정신적 道를 수양하여 무병장수의 길로 나아갈수 있는 수련법이 바로 태권도 경락품세법이다.

이상기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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