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개소 일정 앞당겨
경쟁지인 홍콩과 싱가포르에 사무실 임대

세계적인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가 아시아에 전진 기지를 배치한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역할을 수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26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케이맨 제도의 금융상무부(Ministry of Financial Service and Cmmerce) 안드레 이뱅스(Andre Ebanks) 장관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방문해 아시아 지역 사무소 개소 일정을 앞당기려 한다고 보도했다.
사무소 장소는 경쟁지역인 싱가포르와 홍콩이 유력하며, 아시아 거점은 케이맨 제도 관료들이 헤지펀드 등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케이맨 제도에 기반을 둔 펀드들을 설립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아시아 담당인 진 다코스타(Jean Dacosta)는 “이뱅스 장관과 나는 관청 개설 및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정부 기관과 법률회사에 소속된 다수의 사람을 만났다.”고 밝혔다.
케이맨 제도는 아시아에 거점을 두기 위한 계획을 이미 수년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홍콩과 아시아가 그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펀드 자금을 국내에 묶어두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 활성화 정책을 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0년 1월 ‘가변자본기업 제도’(VCC)를 도입해 펀드 운용회사의 설립 비용․운영 비용을 낮추고 금융 규제를 완화해 조세피난처와 견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면서 2023년 5월 기준 800개가 넘는 VCC가 설립됐고, 중국 자본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홍콩 역시 2020년에 ‘개방형 투자 회사’(VCC)가 법제화되면서 싱가포르보다는 느리지만 2021년 40개, 2022년 64개의 VCC가 설립됐다.
이러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행보는 케이맨 제도가 여전히 많은 자금들을 유치하고 있지만,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지위가 유지될 것이란 확신에 위협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금융 시장의 경쟁 구도가 형성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영국 기반 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TJN) 집계에 따르면 케이맨 제도의 금융비밀지수(FSI)는 2020년 기준 1575로 세계 1위다.
FSI는 각국의 법과 금융 규제 등이 자금의 불투명성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조세회피나 돈세탁이 쉽다는 의미다.
홍콩은 1,035로 4위 싱가포르는 1,022로 5위에 올랐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지정학적 상황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된다.
케이맨 제도 정부 대표단과 만난 싱가포르의 금융 고문은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가지지 못한 케이맨제도의 특별한 힘은 중국 정부의 영향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