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을 두고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고대 로마에서 목욕과 쾌락이 사치와 방종을 불러왔고 전투의지가 그만큼 실종되었다고 진단합니다.
실제로 고대 로마 지도자의 권력 기반은 ‘빵과 서커스’였습니다.
먹을 것과 유흥을 통해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것으로 통치기반을 삼았습니다.
고대 로마는 B.C. 753년도에 건국하여 B.C. 27년 옥타비아누스가 황제로 즉위한 때까지를 일컫습니다.
이후 A.D. 395년, 로마제국이 동, 서로 분리될 때까지를 중기 로마제국으로 구분짓고 있으며 로마제국의 적통을 이어받은 서로마제국은 이후 100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두고 여러 학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화폐의 평가절하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물가의 폭등을 불러왔고, 역대 황제들의 지나친 영토 확장으로 이민족으로부터 국경을 방어할 군대의 유지에도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시킨 것이 로마제국의 운명을 단축시킨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두고 이색적인 학설이 표출되고 있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로마제국 멸망의 근본 원인은 귀족이나 평민을 막론하고 납으로 만들어진 생필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납에 중독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식기나 스푼, 술잔, 조리기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상수도의 배관까지도 납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했다고 하니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는 기겁을 할 정도였던 것입니다.
납 중독이라는 것이 다 아시다시피 하루 아침에 무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계속 접촉할 때 조금씩 몸 속에 축적되는 까닭에 의학 지식이 부족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이 납의 위험성을 모른 채 계속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1969년에서 1976년 사이에 영국 남부 시렌세스터에서 로마제국의 멸망에 대한 단서를 규명해보기 위하여 로마인들의 공동묘지를 발굴했습니다.
450기의 유골을 발굴하여 분석해본 결과 로마인들의 유골에서는 일반인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80배의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의 유골(遺骨)에서는 더 많은 납 성분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로마인들의 납 중독 실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납을 생필품에 즐겨 사용하던 서로마제국은 동, 서 제국(帝國)으로 분리된 후 80여년 만에 망해버린 반면 납을 일상용품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동로마제국은 분리된 후 1,000년도 더 번영을 누렸던 데서 이런 의구심은 더 짙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납에 중독되면 우선 신경계에 이상을 불러옵니다.
정신착란, 발작, 흥분은 기본입니다.
멀쩡하던 사람이 바짝 마르고 불임을 유발하며 임산부는 유산을 하게되지요.
납 중독자가 늘어나면서 지배계층의 인구가 줄어들고 영, 유아의 조기사망율이 높아지면서 서로마제국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20대 중반까지로 내려옵니다.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역사는 가정법을 사용할 수 없다지만 만약 서로마제국이 납으로 만든 생활용품들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세계사의 흐름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서로마제국 국민들은 당시만 하더라도 납 중독의 위험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만큼 오염된 성분, 유해 성분의 과다 흡수는 건강을 해쳐 수명을 단축시킨 다는 교훈을 로마제국의 납 성분 중독 사실이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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