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는다는 것은 분명 서러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늙어간다. 그나마 늙었지만 손끝에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2023년 보고에 따르면 노인의 58.6%가 나이제한으로 인한 취업 제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추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높은 연령으로 인한 제한적 차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쥐고 있던 일거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상을 사회적 ‘은퇴’라는 고급스런 낱말로 포장된다.
뒤집어 보면 처절한 고독과 단절이 그 속에 숨어 있기에 그래서 은퇴는 더 서러운 것이다.
결국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인들의 삶의 질은 좋지 못하다.
한국의 노년층 빈곤율은 40%에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국가 평균 노년층 빈곤율은 15% 정도인데 비해 지난해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중 60대 이상 노인 비율은 약 50%였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은 60대 33.7명, 70대 46.2명, 80세 이상 67.2명이었다.
같은 시기 OECD 평균 노인 자살률 대비 60대- 80대 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이와 관련 노령사회로 접어 들고 있는 추세에 본의아니게 은퇴자들 사이에는 방콕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들을 '화백'(화려한 백수), '불백'(불쌍한 백수), '마포불백'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등으로 나눠져서 불려지고 있다.
화백이든 불백이든 간에 마음 깊숙히 '눈물 나도록 외롭다'는 사실을 한 치도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 외로움과 지속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제 진 태양은 오늘 다시 떠오르지만, 은퇴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갈 곳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방콕이 결국 독락(獨樂)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 된다.
영화나 책을 둘이 나란히 앉아서 본다고 두 사람이 함께 보는 것인가?
실제로는 아니다는 점이다.
나는 내 것을 보고 너는 네 것을 볼 뿐이다.
그래서 생애도 혼자서, 죽음도 홀로 맞는 것이다.
온리 원(Only one)이란 고독이 항상 외롭고 슬프다고만 생각하지말고 각자 나름대로의 맛을 느끼면서 아름답게 가꿀줄 알아야 한다.
조선조 초의 학자 권근의 '독락당기'를 보면 홀로의 즐거움이 일목요연하다.
"봄꽃과 가을달을 보면 즐길 만한 것이지만 꽃과 달이 나와 함께 즐겨 주지 않네. 눈 덮힌 소나무와 반가운 빗소리도 나와 함께 즐기지 못하니 독락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독락을 어떻게 승화 시키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홀로 태어나서 그 많은 인연을 맺어 즐겁게 소풍 왔다가 홀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게 쿨하게 내려놓는 심정으로 세상을 관조 하는 것이 진정한 노년의 맛을 느끼는 첩경이다.
(사)선진화운동중앙회 상임이사 이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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