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눈앞의 이익을 위한 경쟁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바로 눈앞의 상대를 꺾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일때가 많습니다.

옷가게가 두 곳만이 있어 서로 치열한 출혈 경쟁을 하다 보면 둘다 망하게  됩니다.

패션 거리의 경우 여러 옷 가게가 다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객들이 몰려오는 것입니다.

잠재적 경쟁자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우다 보면 어느새 어디다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보이는 대상들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아름다운 생각, 바로 동행의식과 선의의 경쟁의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식없이 서로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이다 보면 눈앞의 상대만 보다가 같이 자멸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난리치다가 그저 난리가 나는 법입니다. 

난리(亂離)는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대평리와 공주시 정안면 인풍리 사이에는 차령산맥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해발 200m 가까이 되는 험한 고갯길을 30분 이상 넘어가야 상대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가 생기지도 않았고 4차선의 고속화도로가 건설되기 전이었기에 천안에서 공주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속절없이 이 고개를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고개의 정상부에는 도로의 양쪽에 휴게소와 주유소가 있었습니다.

휴게소도 마찬가지였지만 주유소는 양쪽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심한  출혈  경쟁을 벌였습니다.

상행선 주유소에서 휘발유 1리터를 1,500원에 팔면 반대 쪽 하행선 주유소에서는 1,490원에 팔고, 상대가 가격을 똑 같이 맞추면 또 내리는 식이었습니다.

하행선 주유소가 사은품으로 목장갑을 주면 반대 쪽 주유소에서는 큰 통에 든 티슈를 선물을 제공하였습니다.

완전히 제살 깎아먹는 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상호 윈윈게임이 아닌 제로섬 게임을 벌인 것입니다.

이렇게 허구헌날 서로를 비난하고 가격만 내리면서 쌈박질로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천안 - 논산 간 고속도로 공사가 개시  되었습니다.

당연히  23번 국도의 통행 차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편도 1차선 도로의 산 아래로 터널 공사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금방 터널공사가 끝나면서 새 도로도 개통되었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차량 통행이 확 줄어든데다, 터널의 완성으로 인해 고갯길에는 차량이 아예 지나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양쪽 휴게소는 함께 문을 닫았고, 그토록이나 심한 경쟁을 벌이던 주유소도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리고 터널공사를 시작했을 때 쯤 위기를 감지하고 대비를 했어야 했지만 그들은 당장 눈앞의 수익에만 눈이 멀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다가 함께 망하는 신세가 되었던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고 현재의 경쟁상대에만 관심을 갖고서 현실에 안주하다가 망해버린 기업은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닥사는 1888년도에 설립되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필름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습니다.

언제나 세계 최우량 기업의 순위에서 빠지지 않던 미국의 "이스트먼 코닥"사는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2017년 11월 14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에 의해 신용등급이 CCC+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결국  코닥사의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 것입니다.

드디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무려 3세기 이상을 갈 줄 알았던 초우량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마치  개구리가 솥에 들어앉아 당장은 따뜻함에 취해있다가 물이 뜨거워지자 그대로 삶겨져 죽어버리게 됩니다.

앞서 보았던 공주 차령고개의 주유소들이나 코닥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눈앞의 상대만을 이기면 모든 것을 얻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부터 의례적으로 해 왔던 패러다임이나 기술이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결국 상대적 비교우위 시대가 가고 절대적 우위만이 존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분업화 시대이기 때문에 동종 업계라도 상호 협력·협업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같이 비용절감과 경쟁력을 제고 시키는 것이 서로 생존하는 비결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요구되는 선의적인 협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상기 칼럼 sgrhee21@nvp.co.kr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