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프랑에 비해 엔화 환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에너지 등 수입원가가 상승
무역적자 확대로 인한 엔화 약세 사이클 당분간 지속 전망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3일 엔화가 안전통화로 더 이상 굳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안전화폐'로서의 엔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지방은행 부도가 속출하고 금융불안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위험회피 수단으로 엔화를 사들이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같은 안전통화로 간주되는 스위스 프랑에 비해 엔화 환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무역적자와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스위스 프랑에 비해 엔화의 약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엔-스위스프랑 환율은 2일 한때  1 프랑당  153.80엔  까지 떨어져 추적할 수 있었던 198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0년 9월 최고치였던 스위스프랑당  58엔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시장에서 강한 위험회피의식이 있을 때마다 공인된 '안전통화'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통화는 스위스 프랑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스위스 프랑의 환율은 4일 0.88 스위스 프랑으로 1달러당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프랑 대 유로 환율도 2022년 9월 0.94 스위스 프랑으로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전히 0.97 스위스 프랑으로 1유로 고점을 맴돌고 있다.

12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134.20엔까지 올라 지난 2일 기록한 최근 저점보다 3.50엔 올랐다.

또 유로당 엔화 환율은 12일 한때 유로당 146.70엔까지 올라 2일보다 5엔 올랐다.

2011년 10월 31일 엔-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해지고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던 시기에 75.32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전히 위험 회피 분위기가 강하지만 엔화 매입은 예전 같지 않다.

돈 가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엔화와 스위스 프랑을 같은 통화로 취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1년 말까지 대외 순자산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일본이 엔화를 더 이상 안전통화로 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양적완화를 고집하는 유일한 주요 경제대국이라는 점이다.

우에다 가즈오(田田和男) 신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정책회의를 열고 대규모 양적완화 유지를 확정한 것은 연방기금금리를 5%로 올린 연준이나 향후 금리인상을 계속하는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 경제국 중앙은행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통화를 팔고 금리가 높은 통화를 사들이는 차익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일본 엔화의 저금리가 눈에 띄어 차익거래 통화로 선정되기 쉽다.

다나카 하루나 리소나은행 고객 매니저는 "일본은행이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며 "차익거래에서 엔화를 파는 경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엔화 가치는 다른 여러 통화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통화 종합력을 보여주는 지수인 '닛케이통화지수'를 보면 엔화는 2022년 말보다 2.5% 하락했다.반면 스위스 프랑은 1.7% 절상됐다.

둘째, 수출대국이었던 일본의 경제구조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2022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의 무역적자는 19조9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로 급증했다.

반면 스위스는 428억 스위스프랑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의약품, 화학제품, 시계 등 고부가가치 상품이 스위스 수출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무역흑자국 중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외화를 자국 통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수입기업의 외화 수요보다 많아 자국 통화 환율을 끌어올리기 쉽다.

JP모건체이스은행 일본지사 사사키 융(本部长木国家) 시장조사본부장은 "국가경쟁력 하락이 환율 수준의 격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책이든 경제구조든 일본의 거시환경은 단기간에 변화하기 어렵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에너지 등 수입원가가 상승하고 무역적자 확대로 인한 엔화 약세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