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세상의 모든 일은 시기가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결국 재앙이 오게 마련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68년도의 일입니다.

지리산 자락의 산골에서 몇 마지기의 농토를 소유하고 계셨던 저의 부모님께서는 벼농사가 주업이셨습니다.

지금은 농사법이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입하 무렵인 5월 초순에 못자리를 설치하고, 하지인 6월 21일 전후로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모내기는 하지를 기준으로 사흘 앞뒤로 했기 때문에 어른들께서는 그 시기를 맞아 조바심을 내시면서 벼를 이앙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968년에는 가뭄이 유난히 심했던 까닭에 하지가 지나고 한 달이나 지나도록 모내기를 하지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며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다가 7월 24일 즈음에서야 비가 내렸고, 농민들은 한창이나 웃자란 벼를 옮겨심었던 것입니다.

그런 후 또 20여일이 지나 벼는 이삭이 패더니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러고서 한 달여가 지나 9월 하순에 접어들어 다른 논에서 자란 벼들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논에 심은 벼들은 뭐가 그렇게 잘 났는지 고개를 뻣뻣하게 쳐든 채 숙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게  그해 농사의  처절한 끝 모습이었습니다.

벼논을 둘러보시고 절망에 잠겨 눈물을 흘리시던 부모님의 얼굴이 반 세기가 훌쩍 지나버린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벼를 한 달 늦게 옮겨심었다고 이듬해 파종할 씨앗조차 건질 수 없을만치 실농(失農)을 한 것입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시기가 있다는 교훈을 이 자연의 사실을 놓고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가끔씩 무서운 생각을 해봅니다.

출산절벽이 이어지면 대한민국도 1968년 당시 우리 상황처럼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급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대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출생아 수는 2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입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데드크로스'에 진입한 시군구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고 있습니다. 

노동력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대학 붕괴, 경제기반 약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폐해가 불보듯 뻔합니다. 우리는 큰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 있지만 정책은 너무 한가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시도때도 다 놓친 후에 통곡해도 그 때는 버스가 지나가버렸을 텐데요.

무서운 꿈을 꾸다가 깬 것처럼 대한민국의 내일을 생각하면 등골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농사에서 우리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을 배웁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수많은 고난과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수확입니다.

이러한 순리의 법칙은 지금 인구절벽을 사전에 방지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한 삶은 선지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이고, 인과응보의 지혜로 민생정책을 펼친 덕분입니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적기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조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배대열 "세상만사 유투브"대표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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