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과거는 반복된다.”미국이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가의 경고다.
이와 관련 필히 기억해야 할 것은 흥남부두 철수 작전과 1.4 후퇴작전과 관련된 피란민의 역사이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영공을 휘젓고 다닌 북한의 무인기 사건으로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마치 엄동설한에 펼쳐진 흥남철수 작전과 1.4 후퇴의 비극적인 사태를 떠올리게 만든 아찔한 사건이다.
북한은 2022년 8차례 대륙간 탄도탄 시험을 포함해 총 70여회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였다. 앞으로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IDA 분석에 의하면 북한이 만약 작년에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비로 5억6,500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 하고도 남을 만한 충분한 예산이다.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줄곧 중단 없이 업그레이드 되어왔다. 낭만적인 민족주의로 평화를 보장 받으려고도 해봤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상호 소통과 대화채널 가동도 있었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였다.

대화와 협력은 상대가 진정성을 보일 때만 가능한 법이다. 상대가 전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포용적 카드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박수소리’가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대화 있는 대치국면’에서 ‘대화 없는 대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의 군사적 ‘비례대응 전략’과 북한의 ‘맞짱 대결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73년 전 ‘비극의 1.4후퇴’를 기억해야 한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유엔군이 수도 서울을 포기하고 평택-원주-삼척선으로 철수한 날이다.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남부여대(男負女戴 : 남자는 등에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이고)하여 정든 고향을 두에 두고 정처 없이 남으로 무작정 떠나왔다.
이북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해온 300만 명과 수도권에서 도합 600여만의 피난민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피난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1천만 이산가족의 비극이 싹 튼 셈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H.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하였다. 결국 역사는 단절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각도에서 우리는 1.4후퇴의 눈물어린 피난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전의 경험을 잊지 않고 이후에 반면교사(反面敎師)내지는 귀감(龜鑑)으로 삼으라는 “전사불망(前事不忘) 후사지사(後事之師)”라는 의미를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은 결국 실수를 되풀이 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명심보감에 "득총사욕 거안여위(得寵思辱 居安慮危)“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 현실을 정확히 꼬집었다. 즉 사랑을 받고 있을 때 욕됨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 때 위험이 있을 것을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이다.
눈물은 낭만의 씨앗이다. 전쟁 발발은 환상의 창조물이다. 무비(無備)이면 유환(有患)이고, 유비(有備)이면 무환(無患)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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